현직 부장검사, 수사지휘 폐지 반론…"초동부터 협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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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검사가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안 합의문 중 '송치 전 수사지휘 폐지'와 관련해 과거 수사 사례를 들어 반론을 제기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수산나(50·사법연수원 30기)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전날(22)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수사 지휘 사례를 통해 본 검사 수사지휘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반박에 나섰다.

강 부장검사는 "검찰의 수사지휘는 경찰이나 국민들을 번거롭게 하는 제도가 아니라 법률가인 검사로 하여금 적법절차에 따른 인권보호와 적정한 형벌권 행사를 위해 만든 제도이므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형사소송법 제195조 '검사는 범죄의 혐의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는 규정도 존속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21일 발표된 합의문은 검찰이 원칙적으로 경찰의 기소 의견 송치 사건에 대해 향후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송치 전 수사지휘를 폐지해 경찰에게 1차적 수사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강 부장검사는 "그동안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가 마치 경찰의 수사를 방해하거나, 이유없이 수사를 지연시켜 국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주 원인이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검찰은 경찰의 수사에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착잡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생활 18년간 제가 일선에서 경험한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는 부당하게 경찰 수사를 방해하거나 민원인을 불편하게 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는 Δ잘못된 법률적용에 대한 수사방향·의율죄명 검토 Δ형식적 요건 미진·증거 부족 상태의 영장에 대한 보완 지휘 Δ주요 강력사건 초동수사 단계에서의 검·경합동 수사회의 및 수사지휘로 인한 성과를 강조했다.

강 부장검사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일명 '락스 계모사건'으로 불리는 2016년 3월 평택 원영이 사건 수사를 들었다.

이는 난방이 되지 않는 화장실에 6세 아동을 가둬 학대하고, 영양실조인 아이가 탈진해 설사를 하자 냄새가 난다며 발가벗긴 후 락스 원액 2통을 붓고 찬물을 뿌린 뒤 영하 8도의 날씨에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3월4일 실종신고 접수 후 친부·계모를 구속하고 1주일 동안 1200명을 동원해 야산과 항구 일대를 수색했지만 원영이의 사체를 찾을 수 없었다. 검·경합동 수사회의를 개최해 수사과정을 보고받은 후 검찰은 경찰이 피의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시기를 2월말로 한정해 수사하고 있다는 허점을 찾아냈다.

이후 최근 2달간 피의자들의 신용카드·교통카드·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분석 등으로 수사범위를 확대해 2월 중순 피의자가 부친의 묘 부근 상점에서 결제한 내역을 확인, 그 부근을 수색해 3월11일 가매장된 원영이 사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강 부장검사는 당시 3명의 검사와 함께 초동수사 단계부터 사체발굴·부검현장 직접지휘, 아동보호기관 조사, 아동학대 관련 국내외 판례 분석 등으로 나눠 동시에 팀 수사를 진행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초동수사 단계부터 경찰에 대한 유기적 수사지휘로 피의자 신병을 조기 확보하고 피해자 사체를 신속히 발굴해 암장될 뻔한 사안을 규명했다"며 "치밀한 법리검토로 학대 행위자인 계모와 방관자인 친부를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 공범으로 기소해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지난 2월 대규모 경찰 및 군병력이 투입된 청주공항 폭발물 설치 허위신고사범을 경찰이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즉결심판에 회부한 사건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입건하도록 지휘, 오인을 바로잡은 사례 등을 들어 수사지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검찰의 직접수사가 예외적으로 가능한 영역에 공안·강력·마약 등이 포함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미군 필로폰 밀수 사건에서 검찰이 세관·미 군수사대(CID), 미국 마약수사청(DEA)과 국제공조로 국제 마약밀수 조직원들을 구속기소한 사례를 들며 문제를 제기했다.

강 부장검사는 "이처럼 검사의 보완수사 지휘는 인권보호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살인, 살인미수 등 주요 강력사건은 초동수사 단계에서 증거수집이 안된 채 수개월 지나 송치할 경우 증거확보 시기를 실기해 실체규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한 "공안·특수·강력 등 주요인지 사건재판을 수사검사가 직관하는 이유는 초동수사 단계부터 사안의 실체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소 여부 결정이나 공소유지에 관여하지 않는 경찰이 검사 지휘없이 독자 수사해 시일이 한참 경과한 후 보완수사를 하는 것과 초동수사 단계부터 검·경의 긴밀한 협력하에 증거수집을 하는 것은 결과물이 같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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