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이자에 대출해 줄게'…3억 챙긴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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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이자를 미끼로 피해자들을 속여 수억원대 돈을 받아 챙긴 보이스피싱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싼 이자에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는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들에게 3억여원을 송금받아 중국 조직으로 전달한 혐의(사기·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카드관리책 송모씨(23)와 중국인 인출책 A씨(25) 등 보이스피싱 일당 46명을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 일당은 지난 5월11일부터 16일까지 피해자 30명이 보낸 3억700만원을 카드 양도자들에게 받은 체크카드로 입금받아 중국 보이스피싱 총책에게 보낸 혐의를 받는다.

중국 보이스피싱 총책 B씨는 제3금융권을 사칭하면서 고금리 대출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시중금리보다 훨씬 저렴한 이자로 대출해주겠다'고 속였다.

평균 20%에 달하는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던 피해자들은 6~7% 이자율이라는 조건을 내미는 B씨의 거짓말에 쉽게 속아 넘어갔다. B씨는 피해자들에게 "싼 이자에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고 꼬드겼다.

피해자들이 속으면 송씨 일당이 움직였다. 송씨 등 카드관리책 5명은 '체크카드를 빌려주면 최대 100만원을 주겠다'거나 '취업이 됐으니 급여통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시민 36명에게 체크카드를 받아냈다.

범행은 은밀하게 진행됐다. 카드 양도자들은 상자에 넣은 체크카드를 도서관 택배 보관함 등에 넣어두고 사진을 찍어 A씨 등 인출책에게 보냈다.

인출책들은 피해자들이 보낸 돈을 해당 체크카드로 받은 뒤 총책 B씨에게 모두 송금했다. 송씨 일당은 피해자들로부터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까지 돈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은 경찰 검거를 대비해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를 항상 삭제하거나, '경찰에 붙잡히면 오늘 처음 일했고 택배 내용물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라고 교육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을 눈치챈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카드회사와 공조해 돈을 인출하러 온 일당의 얼굴을 분석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송씨 등 카드관리책 5명은 모두 한국인이었고, A씨 등 인출책 5명은 중국 한족이나 조선족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 등은 인터넷 '고액알바' 글을 보고 범행에 가담했지만, '한국인에게 돈을 맡기면 역으로 사기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 총책 B씨가 인출책은 모두 중국인으로 구성한 것이다. 결국 일당끼리도 서로를 의심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송씨 등 카드관리책 3명과 A씨 등 인출책 5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일당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중국에 있는 총책 B씨의 신원을 파악하는 대로 적색 수배령을 내리고 인터폴에 국제사법공조를 요청하는 한편, 피해자와 피해 금액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현재 도주 중인 나머지 일당도 추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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