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보다 소득수준 낮은 韓 고령층…소비여력 위축 가능성"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도로에서 한 어르신이 비를 맞으며 걷고 있다./사진=뉴스1

한국이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고령층은 일본보다 소득 수준이 낮고 금융자산 축적이 미흡해 향후 소비여력이 위축될 위험이 있다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한은 조사국이 24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 수록된 '일본 가계의 경제구조 변화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2006년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층 비중은 지속 상승해 지난해 27.7%까지 높아졌다. 생산가능인구는 1997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고 전체 인구도 2008년 1억 2808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일본 전체 가계의 경제구조도 변화를 맞이했다. 특히 소비성향이 높은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전체 가계 소비성향이 상승한 것이 특징이다. 1994년 76.5%였던 일본의 가계 소비성향은 2016년 80.9%로 올랐다. 39세 이하 청년층의 소비성향이 2000년 68.9%에서 2017년 63.8%로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고령층의 소비성향은 77.7%에서 83.5%로 상승했다.

이는 고령층의 경우 주택보유율이 90%를 넘고 전체 금융자산의 59.5%를 보유하는 등 자산축적으로 소비여력이 양호하기 때문에 소득이 줄더라도 소비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최근 여가, 자기계발, 사회활동 등에 적극적인 '액티브 시니어'가 늘어난 점도 고령층의 소비성향이 상승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고령층의 증가는 인구와 소득 감소에 따른 전체 가계소비 부진을 일정 부분 상쇄하는 역할을 했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고령층 소비의 전체 소비에 대한 기여도는 연평균 0.8%포인트였다. 전체 소비지출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2년 23.2%에서 지난해 39.7%로 늘었다.

/자료=한국은행

하지만 향후 고령화 심화는 소비 제약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일본은 올해 3월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 수가 1770만명을 기록하면서 65~74세 전기 고령자 수를 넘어서는 '중(重) 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다.


전기 고령자와 달리 후기 고령자는 건강상의 이유로 노동시장 참여가 많지 않고, 미래의 의료 지출 등을 걱정해 소비에도 소극적이다. 실제로 후기 고령자의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22만2000엔으로 전기 고령자(26만7000엔)보다 낮았다. 후기 고령자 비중이 높아질 경우 민간소비와 성장세 둔화가 우려되는 이유다.

한국의 경우 상황이 더 좋지 않다. 한국의 고령층은 일본 고령층보다 소득수준이 낮고 보유한 금융자산도 많지 않아 일본과 같이 고령층의 소비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60세 이상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전체 가구의 64.2% 수준으로 일본(78.4%)보다 낮았다. 또 60세 이상 가구의 총 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은 한국이 18.8%, 일본은 41.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