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주역에서 DJP연합까지…파란만장했던 JP의 정치인생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운정회' 창립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3.12.10/뉴스1

한국 현대정치를 지배했던 ‘3김(金) 시대’가 마침표를 찍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별세로 세 주역들이 모두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2015년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도 유명을 달리했다.


3김 가운데 김영삼과 김대중이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야당 정치인이었다면, 김종필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5.16 쿠데타의 중심에 있었다는 점에서 공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끝내 대통령이 되지 못한 김종필은 '킹메이커'에 머물러야 했다.

◇5.16 쿠데타 주도…박정희 정권 '2인자' 로 정계입문 = 김 전 총리는 육군사관학교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정계에 입문했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처 조카로 '2인자' 자리로 불렸다.

그가 한국 현대사에 이름을 알린건 1961년 5.16 쿠데타를 기획하고 감행하면서다. 쿠데타 직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을 만들어 초대 부장을 맡으며 권력의 중심에 섰다. 당시 35세였다.

이후 정계에 진출해 공화당 소속 의장과 부총재,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다. 박정희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으로 인정받으며 1971~1975년 제11대 국무총리를 지내고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12·12로 정권을 찬탈한 신군부는 김 전 총리를 '권력형 부정축재자' 1호로 지목했다. 그는 정치 금지 조치와 함께 모든 재산을 압류당하고 미국으로 쫓기듯 떠났다. 전두환 정권이 끝나자 신민주공화당을 창당해 13대 대선에 대선 후보로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다.


김 전 총리는 1990년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합쳐진 거대보수여당 민주자유당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당내 민주계에 의해 '2선 후퇴'를 요구받으면서 탈당, 자민련(자유민주연합)을 창당했다. 자민련은 이듬해인 1996년 15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켜 충청권을 기반으로 50석을 얻는데 성공했고 김 전 총리도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3일 향년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김 전 총리가 지난 1989년 3월 4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한국사진기자협회 보도사진연감) 2018.6.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97년 DJP 연대… 최초 여야 정권교체 주역으로 = 군부독재정권의 종식과 함께 김 전 총리는 김영삼, 김대중과 함께 '3김(金)' 정치인으로 불리며 정치권력의 중심에 복귀했다.

그의 나이 71세, 민주주의에 한 획을 긋는 행적을 남기기도 했다. 자민련 총재 시절이던 1997년,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와 후보 단일화(DJP 연대)를 이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5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했다. 한국 현대사 최초의 여야 정권교체였다. 이후 그는 그는 보혁(保革) 연정(聯政)으로 다시 한 번 국무총리가 됐다.

김 전 총리는 2000년대 초반까지 야당 총재로 일했다. 6·7·8·9·10·13·14·15·16대 총선에서 모두 당선돼 사상 최초인 '9선 의원'을 지냈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자민련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 10선에 도전했으나 정당 득표율이 2.8%에 그치자 정계에서 은퇴했다.

2008년 말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휠체어에 의존해오면서 자신의 아호를 딴 '운정회'를 설립하는가 하면 2016년에는 구순을 맞아 자서전인 '김종필 증언록'을 출간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대선출마를 고민하며 예방온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에 "내가 비록 힘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돕겠다"며 충청대망론의 불을 지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