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기간 지났습니다"…국방부, 특수임무수행자 보상 '모르쇠'

군인 실루엣 삽화=유정수 디자인 기자

국방부가 보상금 지급 대상인 '특수임무수행자'에 대해 신청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상금을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조사·심사를 완료되지 않아 대기 중인 유가족도 116명이고, 유족으로 인정됐지만 주소지 불명 등으로 보상금을 수령하지 못한 유가족도 700여명에 이르는 등 국방부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특수임무수행자들은 제도의 한계나 진상규명이 안 돼 명예회복은 고사하고 유족의 생계가 곤란을 겪는 등 보훈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수임무'는 특별한 내용·형태의 정보수집 등을 목적으로 국가를 위해 희생이 요구되는 활동을 말한다. '특수임무수행자'는 광복 이후부터 2002년까지 군 첩보부대에 소속돼 특수임무를 수행했거나 관련된 교육훈련을 받은 사람이다.

지난 2004년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2016년 1월까지 총 4차례 개정을 추진해 정부는 대북 첩보활동에 투입됐다가 희생된 분들에 대한 보상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9175명의 보상 신청자 중 6369명이 심의를 거쳐 보상대상자로 확정했고 나머지 2468명은 기각, 222명은 보상 신청을 취하했다. 116명은 아직 심의 중이다.

보상금 지급 대상자인데도 형식적인 신청기간이 종료됐다는 이유만으로 보상금을 지급 받지 못하고 있는 대상자는 현재까지 총 15명이다. 현재 보상금 신청 기간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하는 5번째 법률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개정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언제 법률이 개정될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별법 특성상 신청기한을 3개월에서 1년으로 제한하고 4차례의 법 개정을 거쳐 보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유가족들의 고충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박모씨의 부친은 1962년 대북 첩보활동에 투입됐다가 귀환하지 못해 당시 '미복귀 전사자'로 분류됐다. 이에 유족들은 "첩보활동에 투입됐다가 전사한 아버지의 보상금을 지급해 달라"는 특수임무수행자 유족 민원을 제기했다.

앞서 박씨는 모친, 동생 등 일가족이 사망한 후 본가 친척들과도 교류를 끊은 채 고아원과 산골 등을 전전하며 살아왔고, 박씨의 사촌형은 보상금 신청기간 마감 전날인 2016년 4월 18일 후순위 유족 자격으로 보상금을 신청했다. 이후 한달 뒤 박씨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국방부는 박씨가 직계 유족임을 확인했고, 박씨는 보상금을 신청했지만 신청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보상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3개월의 기한 내 신청하지 못했더라도 입법취지를 고려해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으나 '법적 한계성'을 이유로 국방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를 위해 특별히 희생한 유공자 유족의 생계안정 도모'라는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또 국방부는 임모씨의 경우도 부친이 특수임무수행자에 해당한다며 부친의 조카를 찾아가 보상금 지급 신청을 하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선순위 유족인 임씨를 확인하고, 후순위 유족인 부친의 조카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임씨에게도 보상금 신청기간이 지났다고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다.

심지어 어떤 유족들은 아버지나 아들이 대북 첩보활동에 투입됐다가 실종되면서 정부의 보호는커녕 오히려 '감시'를 받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의 유족을 '홀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까지 6·25전쟁 당시 미군 소속인 '켈로부대(KLO)', 해병 '812망치부대' 등 비정규군 공로자나 특수임무수행자도 법령상 보상대상에서 제외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