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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은행 채용비리 사태가 남긴 것

머니투데이 박종면 대표 |입력 : 2018.06.25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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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명석한 판단을 했던 사람으로 인정받는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정치가 제갈량. 그의 명석함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학자들은 제갈량의 무사(無私)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위대한 정치가이자 전략가였음에도 천하를 지배하려는 야망도, 황제가 되겠다는 욕심도 없었다. 사사로움이 없었기 때문에 제갈공명은 매사에 공평했고, 공평했기 때문에 이치에 밝아 명석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은행 채용비리 사태’가 최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9개월여 만에 일단락 됐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여 동안 은행권은 채용비리에서 시작해 채용비리로 모든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금융당국이나 검찰 입장에서는 금융권의 ‘적폐’인 채용비리를 뿌리 뽑은 1년이었다고 자평할지 모르지만 많은 금융인들은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를 사사로움에서 시작해 사사로움으로 끝난 사건으로 기억할 것이다.

은행 채용비리에 대한 감독당국의 검사는 출발부터 공정하지 못했고 검사과정도 공평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결과는 많은 폐해와 부작용이 우려되는 정책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채용비리 사태의 시발점인 지난해 10월 야당의원의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폭로는 우리은행 내부에서 옛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간의 갈등에서 시작됐다.

음모와 사사로움은 우리은행에 국한되지 않았다. 하나금융에서는 김정태 회장에 반대하는 전 회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움직였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까지 개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KB금융도 비슷했다. 현 경영진에 반대하는 전직 고위 임원 중 일부가 최근까지도 곳곳에서 일을 꾸미고 다녔다. 막판에 채용비리 사태에 휘말리고 만 신한금융도 이번 일이 과거 ‘신한사태’의 후속판이라는 게 정설이다.

채용비리 사태가 은행 내부의 갈등과 음모에서 시작됐다면 감독당국은 중심을 잡고 사사로움 없이 조사를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공평무사하기는커녕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전임 정부 시절에 선임됐다는 이유만으로 하나금융과 KB금융 회장의 연임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금융당국은 채용비리 사태가 일어나자 이를 퇴진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오랜 검사를 통해 마침내 김정태 윤종규 회장이 직접적으로 채용비리에 연루됐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더욱이 최흥식 금감원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돼 물러나자 고위 당국자는 국회에 나가 하나금융에 대한 보복성에 가까운 무기한 검사를 선언하기까지 했다.

검찰이 최근 발표한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 결과 두 금융그룹 회장이 모두 기소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애초부터 금융당국의 검사가 무리수였음이 확인됐다. 사사로움이 많이 개입됐다는 것을 검찰이 입증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데 있다. 공정한 채용을 내걸고 은행연합회가 만든 ‘채용절차 모범규준’에 따라 앞으로는 출신학교·남여·출신지역별로 안배를 하는 게 모두 어렵게 되고 말았다.

게다가 앞으로 은행 신입직원 채용은 필기시험을 거쳐야 하고 선발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나 외부 전문기관을 반드시 참여시켜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은행이 자기들이 필요한 인재를 스스로 뽑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는가. 창의적이어야 할 은행원을 공무원 뽑듯이 하는 게 과연 합당한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 1년 금융산업은 뒤로 후퇴한 게 분명하다. 이 같은 사실은 모든 금융인들이 알고 있는 데 감독당국만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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