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7개월來 최고치 급등…1110원대 후반 진입

16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환율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중 무역갈등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급등했다. 장중 10원 넘게 오르면서 1110원대 후반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25일 오전 10시25분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보다 8.1원 높은(원화 약세) 1115.5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의 개장가는 역외 시장에서의 상승세를 반영해 전거래일 종가보다 5.1원 오른 1112.5원에 형성됐다.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11.25원에 최종 호가됐다.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1.20원)를 고려하면 전일 종가보다 5.05원 오른 수준이다.

개장 후 원/달러 환율은 오름세를 키우며 오전 9시40분쯤 전거래일 종가보다 10.1원 높은 1117.5원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 21일 기록한 연고점(1112.8원)을 갈아치운 것으로 지난해 11월14일(장중 고점 1120.7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1115~1117원 사이에서 등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이끈 것은 글로벌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이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의 중국산 수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과 중국의 보복 관세 대응 방침으로 시작된 무역마찰 긴장감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과의 무역 분쟁도 악화 국면을 맞았다.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EU가 오랫동안 미국 기업과 노동자에게 부과해온 관세가 제거되지 않는다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그들의 모든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밝혔다. EU가 32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조치를 시행한 데 따른 반응이다.

무역전쟁 가능성은 리스크오프(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높이는 만큼 원/달러 환율엔 상승 요인이다. 위안화를 필두로 아시아 통화 가치가 가파른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도 이에 동조해 움직이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순매도에 나서며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오전 10시2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3.55포인트(0.57%) 내린 2343.67에 거래중이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733억원 순매도다.

반기말을 맞아 수급상으로는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우위에 있으나 원/달러 환율이 상승 국면에 있는 만큼 "기다리자"는 심리에 적극적으로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무역분쟁 긴장이 재차 고조됨에 따라 제한적 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110원 재안착을 시도하겠으나 수급상 네고 우위를 고려했을 때 상승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