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다…'할아버지 건물'

25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의 한 건물 앞을 지나는 시민들이 낙석 사고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서울 광화문 도심 한복판 건물에서 낙석 사고가 발생했다. 지어진 지 오래된 '노후 건물'이다. 평일에 돌이 떨어졌을 경우 심각한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노후 건물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4일 저녁 7시쯤 서울 종로구 서린동의 한 건물의 일부가 부서져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3층 낙석에 의해 1층 카페 간판이 파손됐다. 파편 가운데 일부는 크기가 직경 50㎝를 넘는다. 해당 건물은 준공된 지 57년 된 건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현장을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난 곳은 평소 수많은 직장인이 오가는 인도다. 평일에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심각한 인명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건물을 찾아가 직접 살펴봤다. 건물 곳곳에 금이 가 추가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사후 조치는 미흡해 보였다. 파편이 떨어져 간판이 부서진 1층 카페를 제외한 다른 카페와 식당, 슈퍼는 현재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추가 낙석을 막을 임시 시설물도 설치되지 않았다.

24일 낙석 사고가 일어난 현장 모습. 커다란 파편이 흩어져 있다(왼쪽 아래). 1층에 입주한 카페 간판이 파손됐다. /사진=남궁민 기자

현장을 둘러 본 시설물 유지관리업체 관계자는 "사실 이 정도 상황이면 영업은 일단 멈추는 게 맞다"면서 "비계(飛階)를 설치해서 당장 추가 낙석을 막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청 측은 안전 조치 권고 이외에 당장 취할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사고 후 건물주에게 보수와 정밀점검 조치를 권고했다"며 "사유지이기 때문에 당장 영업 중단 등 강제 조치를 취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흘 정도 걸리는 정밀 점검이 이뤄진 뒤 위험이 심하면 '붕괴 위험 건물'로 지정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준공 30년 이상 노후 건물은 총 23만동(6월 기준)으로 전체 건물의 37.6%에 이른다. 지난 3일 용산 건물 붕괴 사고 이후 서울시가 내놓은 노후건물 대책도 한계가 뚜렷하다. 시는 정비구역 위험요소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구역 밖 건물은 해당되지 않는다.

6·13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1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정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시는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건물에 대한 무료 안전진단도 대책으로 내놨다. 하지만 점검은 건물주가 신청해야만 이뤄진다. 이달 30일까지 이뤄지는 안전진단 신청 건수는 25일 현재 348건에 불과하다. 건물주가 나서지 않은 대다수 노후 건물은 점검 사각지대에 남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사각지대에 놓인 건물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노후건물 관리 인센티브 도입을 대안으로 꼽는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행 제도로는 건물주가 사고 예방에 나서게 할 유인이 없다"며 "운 좋게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사고를 유발한 경우에는 일정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공 교수는 "안전 점검 결과 우수한 평가를 받은 건물에 대해선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