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후속사업자 선정 마무리... 남은 과제는

- 롯데면세점, 소송·제소 등 접기로 결정… 공사 평가절차 등 여전히 문제 제기
- 인천공항, 평가위원 구성 규정지켜 "문제없다"… 입찰제도 개선 필요 지적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내 면세점의 후속 사업자 선정이 마무리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기존 면세업체의 운영 기간이 끝나는 즉시 후속 사업자의 영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어서 이용객들의 불편이 최소화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입찰과정에서 여러 과제도 남겨 앞으로 관련 대안 마련이 따라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이용객들이 몰려든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 모습. / 사진=뉴시스 홍찬선 기자

지난 2월 '적자'를 이유로 롯데면세점이 반납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내 면세점들의 후속 사업자 선정 작업이 마무리됐다. 이로써 후속 사업자의 계약 일정을 감안할 때 이들 면세점은 사실상 중단없이 운영될 수 있어 이용객들의 불편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항에 따른 1터미널 내 면세점 임대료를 둘러싼 공방과 이번 입찰과정에서 탈락한 면세업체의 반발 등 후유증과 함께 과제도 남겼다는 지적이다. 특히 운영사업권을 반납한 업체가 곧바로 같은 면세점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현행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해약금만 지불하면 같은 면세점을 종전보다 낮은 임대료로 재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미래 예측이 어렵다곤 하지만, 높은 임대료를 제시해 "우선 따놓고 보자"는 식의 입찰이 관행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업 어렵다" 발빼고 재진입 시도… '나쁜 관행' 우려
실제 계획에도 없던 이번 입찰을 유발한 롯데면세점의 경우 2015년 9월 입찰 당시 경쟁사들보다 월등히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며 사업권을 확보했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이 2015년 3기 사업자 모집 당시 제시한 사업권별 5년간 임대료는 △DF1구역 1조3339억원 △DF3구역 7217억원 △DF5구역 6386억원 △DF8구역 1조3260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롯데면세점은 지난 2월 DF1,5,8구역의 사업권을 반납했다.

이들 3개 구역은 이번 입찰에서 DF1,8을 묶은 DF1구역과 종전 DF5구역 등 2곳으로 나왔다. 비록 1차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롯데면세점이 이번 입찰에서 제시한 5년치 임대료는 DF1구역(DF1,8 통합) 1조4025억원, DF5구역 3440억원 등으로 참가업체 중 최고가였다. 하지만 2015년 입찰 당시와 비교하면 DF1구역 47%(1조2574억원), DF5구역 46%(2946억원) 가량 각각 낮은 금액이다.

이번 입찰에 앞서 2터미널 개항에 따라 1터미널 면세점 운영업체들이 임대료 27.9%를 감면받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롯데면세점의 제시가는 20% 정도 낮다.

특히 롯데면세점이 2015년 당시 계약한 5년간의 임대기간 중 4~5년차(2018년 9월~2020년 8월) 2년간 전체 임대료의 57%를 내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금액차는 훨씬 크다. 롯데면세점 입장에선 낙찰만 됐다면 사업권 반납에 따른 3개월치 위약금(1870억원)을 물고도 임대료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셈이다.

이런 이유로 롯데면세점이 2015년 당시 무리하게 입찰에 나섰다가 임대료 부담이 현실화되자 발을 빼버렸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2015년 입찰 당시만 해도 연간 30~40% 이상 고성장해 왔기 때문에 임대료 납부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예상치 못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문제가 발생하면서 어쩔 수없이 (면세점 운영권을)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연속'… 사업권 반납업체에 재입찰 참가 허용, '최고가' 써내고도 탈락
입찰 자체를 둘러싼 논쟁도 여전하다. 애초 사업권을 반납한 기업에 똑같은 사업장 입찰에서 다시 기회를 주는 현행 제도가 문제라는 게 논란의 시작이었다.

이에 대해 현행 국가계약법상 입찰참가자격 제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인천공항공사는 설명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임대료를 내지 않거나 영업행위를 안하는 등의 계약불이행 사유가 아니어서 입찰참가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입찰에서 경쟁업체들보다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고도 1차 관문인 평가위원회 심사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의 반발도 거셌다. 롯데면세점은 당초 관련 소송은 물론 감사원 감사청구와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을 통해 공정성 여부를 끝까지 가린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 입찰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평가가 이뤄졌다"며 "롯데는 제안서 평가에서 매장 운영계획, 디자인 등 대부분 항목에서 경쟁사보다 주목 받지 못했고 프레젠테이션에서도 평가 내용 본질과 다른 발표를 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롯데면세점은 최근 관련 소송이나 제소 등의 계획을 접었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입찰 결과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송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승소하더라도 결과를 되돌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롯데는 다만 관련 심사가 보다 정밀하고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관세청 심사의 경우 모두 민간위원이 참여하고 모든 내용을 공개하는 반면, 인천공항공사 평가위원회 심사는 자체 인력 참여가 너무 많고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며 "다만 현시점에서 심사 결과에 대한 볼복보다는 보다 투명한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법적인 불복은 접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도 단호한 입장이다. 특히 롯데면세점이 제기한 평가위원 구성에 대해서도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평가위원 중 절반 이상을 소속 직원들로 구성하도록 규정돼 있고 이번 심사에서도 이를 지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