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 원유 '큰 손' 中·印 "美의 원유수입 중단요청 거부"

머니투데이

김영선 기자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중국과 인도 모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인도 석유부의 선제이 수디르 국제협력국장은 27일(현지시간) CNN머니와 인터뷰에서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줄일 것이냐는 질문에 "인도는 일방적인 제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오로지 유엔에 의한 제재만 인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의 이란산 석유 수입 중단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유라시아그룹도 지난 26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인도 내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중국보단 인도가 미국의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인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인도의 전체 원유 수입량에서 이란은 세 번째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전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이란산 원유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곳이 인도이기도 하다.

인도 정부가 강경한 태세를 보이는 데엔 미국과 무역분쟁을 겪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인도는 최근 미국 관료들과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했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에 인도는 8월 4일부터 미국산 제품 29개에 대해 '보복관세'를 예고했다.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도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이란은 우호 국가 사이로 우린 각자 국제법상 의무의 틀 안에서 정상적인 왕래와 협력을 하고 있다"며 "경제무역과 에너지 부문의 협력을 포함한 정상 왕래와 협력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원유 수입 중단을 수용하지 않을 방침을 선언한 셈이다.

이란산 원유의 '큰 손'들인 중국과 인도가 수입 중단에 동참하지 않을 뜻을 밝히면서 대(對)이란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지난 5월 이란핵협정을 탈퇴한 미 정부는 오는 11월 4일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지 않는 나라에 대해선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 고위관료들은 이미 유럽과 아시아 주요 동맹국에 이 같은 경고를 전달했고 조만간 중국과 인도, 터키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