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탄' 통했나… 美에 공장 짓는 기업 등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위스콘신 주 마운트플레전트에서 열린 대만 전자통신 장비업체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의 디스플레이 공장 착공식에 참석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옆으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가운데)과 궈타이밍 훙하이정밀그룹 회장이 서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유럽 등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다. 글로벌 기업이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등 잇따라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 그러나 미국 기업의 피해도 현실화되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서부 위스콘신 주에서 열린 대만 폭스콘의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착공식에 참석했다. 궈타이밍 회장이 이끄는 훙하이정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폭스콘은 세계 최대 전자제품 주문형상표부착생산(OEM)업체다. 궈 회장은 지난해 7월 직접 백악관을 찾아 미국에 100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해 공장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폭스콘의 이번 투자로 공장 건설에만 약 1만명이 투입되며, 이후 직접 고용 효과도 최대 1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콘 공장이 아름다운 미국산 콘크리트와 철강으로 바로 여기에 만들어 질 것"이라며 기쁨을 표시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발동으로 세탁기와 태양광패널 관세가 크게 오르자 해당 상품의 현지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리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대미 투자도 언급했다. 손 회장이 당초 약속(500억달러)보다 많은 720억달러(약 80조원)을 투자했다며 단상으로 불러 "감사하다"고 말했다. 손 회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행사를 자신의 보호무역 정책 홍보를 위한 자리로 이용한 셈이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폭스콘 공장 착공식 참석이 정치적 의도를 품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깃발을 꽂기 위해 갔다"며 "그는 (훙하이 공장이)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하지만, 논란이 되는 일"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무역전쟁 부담으로 미국을 떠나거나 피해를 입은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인 오토바이 제조사 할리데이비슨이 대표적이다. 폭스콘 공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본사가 위치한 할리데이비슨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공세에 유럽연합(EU)이 25% 보복 관세로 대항하자 미국 내 일부 생산시설을 다른 나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AP통신은 토요타, 네슬레, 소니 등 미국 내 외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제투자기구(OFII)를 인용해 외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지난해 40% 급감했다며 올해 1분기에도 여전히 부진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