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에 기대는 진에어, 한진서 떼어내도 걱정

진에어 'B737-800'/사진=진에어

LCC(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는 계열사인 대한항공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운용 중인 항공기를 모두 빌려 쓰고, 정비도 대한항공에서 받는다.


면허취소 논란을 계기로 일부에서 한진그룹이 진에어를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진에어의 자립 능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 (13,280원 ▼150 -1.12%)에서 운용 중인 27대의 항공기는 모두 대한항공에서 리스한 항공기이다. 대한항공 (20,250원 ▼300 -1.46%)으로부터 운용 리스한 것이 20대, 금융리스한 것이 7대이다.

항공사들은 대당 1000억원이 훌쩍 넘는 항공기를 직접 구매하기 힘든 만큼 리스 방식을 사용한다. 운용리스는 임대회사가 보유한 항공기를 항공사에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임대회사가 전권을 가진다.

금융리스는 항공기를 빌려 쓰는 항공사가 실질 소유주로 리스 종료 후 항공기 소유권을 이전받는다. 최근 항공사들은 항공기 가치가 하락하는 위험을 줄이고자 운용리스를 선호한다. 진에어도 같은 이유로 운용리스 비율이 높다.


다만 진에어는 대한항공에서 모든 항공기를 리스한 것이 특징이다. 향후 5년간 지급해야 하는 리스료만 약 3500억원에 달한다.

특히 항공기 정비 일체를 대한항공에 맡기고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에 지불한 정비비용만 946억원이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에 △격납고 등을 빌려 쓰면서 낸 임차료가 907억원 △용역비가 239억원 △승무원 등 교육훈련비가 62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진에어 관계자는 "같은 기종이라도 좌석배치, 갤리(항공기 내 부엌과 같은 곳) 등 옵션이 다르다"며 "같은 항공기 옵션으로 정비·훈련을 맡고 있는 대한항공에서 빌리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도 대한항공에서 리스하는 게 더 낫다"고 덧붙였다.

진에어는 항공기 운용과 정비를 대한항공에 맡기면서 다른 LCC(저비용항공사)와는 차별화된 전략을 쓰고 있다. 다른 LCC의 경우 정비 효율성 등을 이유로 단일 기종을 사용하는데, 진에어는 B737-800(단거리용)과 B777ER(장거리용)을 각각 23대, 4대 운영하고 있다.

진에어는 장거리 기종을 통해 미국 하와이,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호주 케언스 등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LCC의 다른 기종들은 태국 방콕까지가 한계다. LCC로 포화된 단거리 노선을 피해 장거리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이런 진에어의 장거리 노선 운용은 한진그룹에 속해 있기에 가능하다. 복수 기종 운용에서 발생하는 정비 비효율성을 외주화로 대응할 수 있어서다. 또 대한항공과 공동 운항 및 연계 수송을 통한 수익성 향상도 가능하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진에어는 내주기 힘든 계열사이다. 국제선에서 국내 LCC의 항공시장점유율은 2009년 0.7%에서 지난달 27.6%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도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보유한 상황에서 진에어 매각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