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加·EU·日 '사면초가' 압박에 숨 막히는 한국 철강

미국을 비롯해 유럽, 캐나다 등 주요국들도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규제 조치를 검토하고 있어 국내 철강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 잇따른 반덤핑·상계관계 조치…철강업계 몸살=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산 대형구경강관에 대해 반덤핑·상계관세 조사 중이며 현재 총 26개의 철강 수입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산업피해를 조사했던 미 상무부는 지난달 20일 한국산 대형구경강관에 대한 예비 상계관세 조사에 긍정 판정을 발표했다. 중국(198.49%), 인도(541.15%)에 비해 적은 수치지만 한국 업체들에 대해서도 0.01~3.31% 보조금 수령 판정을 내려 최종 긍정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은 지난 6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쿼터제뿐 아니라 한국산 철강에 반덤핑, 상계관세 등 수입규제 조치를 실시해 철강 업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품목별 수입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는 지난 5월 포스코 등이 수출하는 한국 탄소·합금강 선재 제품에 41.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4월에는 한국산 냉간 압연강관에 최고 48%의 반덤핑 관세를 확정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5월 한국산 철강의 쿼터 물량에 고율 관세(25%)를 면제하기로 했다. 정부는 미국과 대미 철강 수출량을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지난해 수출량 362만톤에 비해서는 74% 수준이다.

◇美·中 무역전쟁 파장…글로벌 수입규제 조치 확대=철강 업계는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따른 주요국들의 수입 규제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어 피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으로 수출되던 철강이 자국으로 들어와 시장에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한 조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수입 철강에 대한 세이프 가드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EU 철강 수출액은 36억1200만달러 수준으로 중국, 미국, 일본의 뒤를 잇고 있다.

캐나다 정부도 중국 등을 상대로 철강 쿼터(수입량) 제한, 관세 부과 등을 골자로 하는 방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또 지난 5월부터 한국산 냉연강재에 대해 반덤핑·상계관세 조사를 하고 있다.

캐나다의 이번 철강 수입 제한 조치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산 철강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국, 브라질, 터키 등도 캐나다에 상당 부분의 철강을 수출하고 있어 수입 제한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캐나다 철강 수출량은 37만7358톤이다. 다만 이는 지난해 대미 수출량인 362만톤에 비해서는 10분의1 수준이다. 협회 관계자는 "수출량으로만 따져 봤을 때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EU와 캐나다의 정책 변화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 물량 감소를 우려한 일본은 한국의 규제 조치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4년부터 일본·인도·스페인산 스테인리스 스틸바에 대해 최고 15.39%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일본은 지난 18일 오전 한국의 일본산 스테인리스 스틸바에 대한 반덤핑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절차 상의 협의를 요청했다.

김지선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트럼프발 철강보호주의에 이어 EU를 비롯한 주요국에서도 미국의 수입 장벽에 막힌 물량의 자국 전환을 우려해 수입 규제 강화 움직임이 높다"며 "글로벌 보호주의 정책 기조와 그에 따른 통상마찰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