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조현민은 영장기각…'가장' 조양호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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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대 세금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검찰 소환 조사를 마치고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News1 황기선 기자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구속을 피했다. 이번엔 19년만에 구속의 기로에 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된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2일 조 회장을 상대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와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지난 4월 사정당국이 한진 오너 일가의 비리를 겨냥, 전방위 수사에 나선 이래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상자는 이번이 세 번째다.

'물벼락 갑질'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조 전 전무가 가장 먼저였다. 경찰은 지난 5월4일 조 전 전무에게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 선에서 반려됐다.

당시 검찰은 "조 전 전무의 주거가 일정하고 현장 녹음파일 등 관련 증거가 이미 확보돼 증거인멸이나 도주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 불구속 수사할 것을 지휘했다"고 설명했다.

'물벼락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뉴스1 DB © News1 이광호 기자

이어 조 회장의 부인 이 전 이사장을 상대로 두 차례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전 이사장은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에게 폭언, 폭행을 한 혐의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 등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4일 이 전 이사장을 상대로 특수상해와 상해, 특수폭행,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상습폭행, 업무방해, 모욕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같은날 오후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피의자가 합의를 통해 범죄사실에 관한 증거인멸을 시도하였다고 볼 수 없고, 그밖에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볼만한 사정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볼수 없는 점을 종합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기각 결정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를 비판하는 청원글이 다수 등록됐고, '대한항공 직원연대' 역시 공식 입장을 통해 규탄하기도 했다.

이후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도 지난달 18일 이 전 이사장에게 출입국 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역시 기각됐다.

법원은 "범죄 혐의의 내용과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에 비춰 구속수사할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조 회장의 차례가 됐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수사 착수 두 달 만에 조 회장을 소환한 뒤 나흘만에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와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이다.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수백억원대 상속세 탈루 의혹에 대해서는 법리적 판단에 의해 일단 영장청구 사유에서 배제됐다. 검찰은 "공소시효 등 법리적 문제가 얽혀있어 영장범죄 사실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19년만에 구속될 위기에 놓인 상태다. 그는 지난 1999년 세금 629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검찰에 의해 한 차례, 법원에 의해 두 차례 '기각'됐던 한진 오너 일가의 구속영장이 이번엔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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