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쏠림 완화" 내건 종합 증세안…조세전가 가능성 지적도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 강병구 위원장(왼쪽 다섯번째)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재정개혁특위에서 열린 제2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3일 부동산 보유세와 소득세(임대·금융소득)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세금 개편을 정부에 권고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 등으로 심해진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금융소득자와 근로소득자간 간의 형평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단순히 이번 증세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한다.


다만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아 온 부동산 거래세 인하 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점은 정부 세제개편안 마련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임대소득세 증가분 만큼 세입자의 임대료가 인상되는 등 조세 전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강병구 재정특위 위원장은 권고안에 대해 "재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재정지출의 효올성 높이고 공평과세와 조세제도 합리화로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위가 제시하는 재정개혁 방안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저성장의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위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상위 0.1%가 전체 자산의 8.9%, 상위 1%가 25%, 상위 5%가 5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부의 불평등은 심각하다. 금융소득의 경우에도 2012∼2016 기준으로 이자소득은 90.5%가, 배당소득은 94.1%가 상위 10%에게 돌아갔다. 임대소득의 경우도 현재 분리과세를 할 경우 기본공제 등으로 전세보증금은 약 12억원 이상인 경우만 과세되도록 돼 있는 등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권고안은 세금을 통해 이같은 부의 불평등을 완화해보자는 취지다. 당초 특위는 부동산 보유세 개편을 중심으로 논의하면서 금융, 임대소득 과세의 경우 논의를 하반기로 미룰 것을 검토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 이후 정책 추진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돼 종합적인 증세안이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부동산 세금 개편의 한 축으로 제안됐던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 개편안이 권고안에서 제외된 것은 부동산 보유자들의 반발을 부를 만한 대목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2015년 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보다 낮다. 반면 보유세와 거래세를 합한 세금의 비중은 3.1%로, OECD 비중 1.9%보다 한참 높다. 거래세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특위는 양도소득세 개편안에 대해 하반기에 논의할 계정이어서 정부 차원의 관련 세제 개편 논의는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야 이뤄질 예정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 "과중한 거래세를 내고 있음에도 보유세만 올리는 게 합리적이냐는 지적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인상할 경우 1주택자의 경우에도 세금 부담이 늘게 됐다. 주택 공시가격이 올라 더 내게 되는 보유세 부담은 별개다. '똘똘한 집 한채'에 대한 수요로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일정한 소득이 없이 주택만 보유한 이들의 반발은 불가피해 보인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부동산 시장의 동향과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시행령으로 60∼100%까지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법 개정 없이 정부의 의지만으로 가능하다.

세금 전가 가능성도 문제다. 이번 권고안대로라면 내년 임대소득 연 2000만원 이하 과세 예상 인원이 92만 명에 달하는데 특위 권고안대로 임대소득세를 개편할 경우 대부분 증세 범위에 들어갈 전망이다. 임대소득세 인상이 전월세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특위는 예산 분야에서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자치단체 등으로 나뉘어 있는 예산 정보를 국민에게 통합·연계해 제공하고 건강보험 기금화를 위한 법제화를 2022년까지 추진할 것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