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과 '확장'의 기질, 금호家 형제 희비 갈랐다

박삼구 회장(왼쪽)과 박찬구 회장

금호가(家) 형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놓친데 이어 '기내식 대란'에 직면한 사이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은 내실경영을 바탕으로 성가를 높이고 있다.

2015년 금호가 계열 분리 후 형제의 상황이 엇갈린 배경에는 서로 다른 '기질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박찬구 회장에게 2018년은 최고의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력 계열사 금호석유화학이 올해 7년 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견돼서다.

4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10% 급증한 553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주요 증권사들은 전망했다. 전망치에 부합하는 실적이 현실화되면 금호석유화학의 영업이익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5000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박찬구 회장에게 올해 금호석유화학의 도약은 의미가 남다르다. 금호석유화학 실적은 공교롭게도 삼구·찬구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2009년 이후 시황 부진 등이 겹치며 석유화학 업종 내에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올해 금호석유화학의 실적 반전이 예견된 까닭은 주력제품인 페놀유도체 시황이 눈에 띄게 개선돼서다.

페놀과 아세톤, 그리고 비스페놀A 등으로 구성된 페놀유도체는 가전제품 외장재 등 산업 주요 소재로 사용된다. 페놀유도체는 금호석유화학의 100% 자회사 금호피앤비화학에서 제조하는데, 페놀유도체 판매가격은 지난해 1분기 톤당 141만원에서 올해 1분기 163만원으로 15.6% 뛰어올랐다.

전방산업 약진에 따른 수요확대 특수를 누린 결과다. 업계에서는 올해 페놀유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500억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률도 15%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박삼구 회장에게 2018년은 최악의 한해다. 우선 선대회장 때부터 일궈와 애착이 남달랐던 금호타이어를 놓쳤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최근에는 주력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대란에 휘말렸다. 지난 1일부터 기내식을 싣지 못하고 출발하는 항공편이 속출한다. 기내식 공급업체가 기존 LSG에서 샤프도앤코로 급히 변경된 가운데 기내식 포장과 배송이 늦어진 탓이다. 업체 변경과정에서 갑질 논란이 나오는 데다 한 납품업체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

지난 1일부터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항공편에 기내식을 제때 싣지 못해 '기내식 대란'이 일어난 가운데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공항 이용객들이 지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형제간 희비가 엇갈린 배경에는 '기질의 차이'가 있다. 돌다리도 두들기며 건너는 박찬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관리자형'이다.

무리한 확장을 최소화하고 잘하는 것에 주력한 것이 분리경영 후 박찬구 회장이 보인 경영 행보다. 여수 제2 고무공장 건설과 최근 황금알을 낳기 시작한 금호피앤비화학 지분율을 100%로 끌어올린 투자 모두 '본업'과 연관된 일이었다. 올해 박찬구 회장의 경영 키워드도 '내실경영'이다.

박삼구 회장은 확장지향적이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무리한 인수가 여기서 비롯됐다. 과거 계열사였던 금호타이어 인수에 올인한 것도 '규모'를 중시하는 그의 기질과 무관치 않다.

따지고 보면 박삼구 회장의 무리한 확장은 '기내식 대란'의 원인이기도 하다. 당초 아시아나항공은 LSG에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달라고 요구했었다.

하지만, LSG가 이를 거부했고 결국 LSG는 공급 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며 기내식 대란의 불씨가 됐다. 이 1600억원은 당시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되찾기 위한 '실탄' 용도였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논란이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에서 시작됐듯이 박삼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 이슈는 이번 기내식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달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