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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조국을 위해 장렬히 전사하라?

광화문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입력 : 2018.07.06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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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중국 시안 공장에서 근무하는 50대 초반의 A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내년 한국 복귀를 앞두고 중국 회사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고 있어서다. 스카웃 조건이 좋기도 하지만 당장 한국에 돌아가면 얼마나 더 회사에서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가정 경제만 생각하면 옮기는 것이 맞지만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중국이 대한민국 핵심 먹거리인 반도체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면서 중국 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을 국가의 핵심 기술을 팔아먹는 것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속도를 내면서 한국 인력 빼가기에 대한 우려가 높다. 미국과의 무역 충돌로 첨단 기술 확보가 더 시급해진 중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15% 정도인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처인 중국 시장에서 공급 물량 중 70%를 중국 기업들이 직접 생산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2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펀드를 조성해 물량공세를 펴고 있다.

대규모 투자는 인력 수요를 동반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반도체 전문 인력은 약 30만 명에서 35만명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자급률이 약 5배 수준으로 높아진다고 보면 단순 계산으로도 수십만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 인재들이 집중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한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중국 반도체 업종에 취직한 한국 인력만 13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갓 졸업한 신규 취직자는 물론 임원급의 고위 인사들까지 망라돼 있다.

중국의 우리 인력 영입은 비단 반도체 분야로 국한되지 않는다. 자동차, 디스플레이, 조선, 전기차 배터리 등 우리 주력 산업들에서 인력을 대거 수혈하면서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줄였다. 그러다 보니 중국 기업으로 옮겨간 인력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중국이 경쟁력을 키우고 우리 먹거리를 빼앗아 가는데일조를 했다는 식이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다시피하는 반도체 부분에서 중국이 치고 올라오면서 최근에는 이런 시각이 더 강해졌다.

물론 중국의 인력 빼가기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첨단 산업에서 경쟁력의 핵심은 인재다. 하지만 이들을 붙잡아야 하는 것은 기업과 우리 국가의 책임이다. 필요한 인재라면 혹은 경쟁사에 뺏겨서는 안되는 인재라면 그만한 보상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중국 기업으로 이직하는 이들 중엔 고위직 임원이나 특급 인재들도 있지만 A씨와 같이 생활과 가족을 걱정해야 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애국심의 잣대를 들이대 비판하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를 줄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 문제를 놓고 토론하던 한 지인은 "그러면 국내로 돌아가서 장렬히 전사하라는 얘기냐"고 했다.

후발 국가들이 인력 수혈에 혈안이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산업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주요 산업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선진국들의 기술과 인재 덕을 봤다. 특히 가까운 일본이 타깃이었다. 일본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은 현대중공업이라는 세계적인 한국 조선소가 탄생하는 기반이 됐다. 차이라면 새로운 먹거리, 새로운 기술 장벽을 만들기 전에 추격을 당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고 중국만 보고 있어선 답이 나오지 않는다. 개개인들의 애국심에 기댈 일은 더더욱 아니다. 인재를 키워내고 더 높은 기술 장벽을 쌓을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의 '굴기'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광화문]조국을 위해 장렬히 전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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