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무법자 '편술족'

5일 서울시 동대문구의 한 주택가 편의점 앞 테이블. 여러개의 맥주캔과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직장인 이모씨(27)는 찌는 더위에도 창문을 닫고 생활한다. 해질 무렵이면 집 앞 편의점을 차지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편술족' 때문이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소란에 3번이나 경찰 신고를 했지만 단속은 그때뿐이다. 편의점 주변에 널부러진 쓰레기들은 아침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편의점 앞에서 술을 마시는 '편술족'이 늘고 있다. 편의점 인근 주민들은 고성방가와 쓰레기 투기에 피해를 호소한다. 편의점 앞 테이블 설치는 엄연한 불법이지만 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지난 5일 밤 10시쯤 머니투데이가 서울시 동대문구의 한 주택가 편의점 10곳을 살펴봤다. 그중 가게 밖에 테이블을 설치하지 않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대부분 여럿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새벽까지 고성방가…잠 못 드는 주민들

5일 서울시 동대문구의 한 주택가 편의점 앞 테이블.소주병과 우유팩이 버려져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음주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원룸촌 한가운데 위치한 편의점 앞에서는 새벽 2시까지 음주가 계속됐다. 소주 여러 병을 마신 일행은 큰소리로 웃고 노래를 불렀다. 근처 원룸에 사는 대학생 박모씨(25)는 "여름에는 거의 매일 술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며 "새벽까지 시끄럽게 떠드는 경우가 많아 잠들기 힘들다"고 말했다.

뒤처리를 하지 않고 떠나는 경우도 흔하다. 손님이 없는 테이블 위에 술병과 과자 봉지가 버려져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바닥에는 담배꽁초도 버려져 있었다. 일부 취객들은 길 위에 구토를 하는 경우도 있어 불쾌감을 줬다.


현행법상 편의점 앞 테이블 설치는 불법이다. 도로교통법상 길에 설치된 파라솔과 테이블은 교통에 방해를 일으키는 장애물로 간주된다. 지자체에 허가 받지 않고 무단으로 인도와 차도에 테이블을 설치하면 도로교통법에 따라 점주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테이블 영업 포기 못하는 이유…"테이블 1개=매출 10만원"

불법임에도 점주들이 테이블 설치를 고집하는 이유는 매출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테이블 설치시 개당 10만원 가량의 매출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파라솔 효과'다. 점주 A씨는 "파라솔은 눈길을 확 끌고 매출 상승 효과가 뚜렷하다"며 "운영이 빠듯한 점주들이 어떻게든 설치하려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민원과 행인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지만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민원을 넣거나 경찰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게는 계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실질적인 단속 활동은 각 구청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조만간 구청 관계자들과 회의를 갖고 방안을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