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지기' 이병모 1심 집행유예…"MB자금 증거인멸 인정"(종합)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오랜 재산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News1 박지수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금고지기'로 불린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61)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6일 횡령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국장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스 자회사 홍은프레닝의 법인 현황과 권영미(이 전 대통령 처남 고(故)김재정씨 부인)의 구체적 행위를 볼 때 이 국장이 권영미에 급여를 준 정당성은 인정이 안 된다"고 밝혔다.

또 "다스의 다온 부실채권 중 일부를 홍은프레닝에 떠넘긴 것에 불과하다"며 배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권씨에 전달된 금강 법인자금에 대해서는 "둘의 관계와 현금으로 돈을 전달한 사정을 볼 때 불법으로 조성된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불법 자금 조성에 이 국장이 관여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점에서 횡령 공동정범이 아닌 방조범으로만 유죄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입출금 장부를 파기한 증거인멸 혐의도 유죄로 봤다. 이에 대해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금 내역이 기재된 것을 확인하고 이것이 검찰에 넘어가면 곤란할 것이라고 보여 파쇄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국장이 관여한 횡령과 배임 금액이 적지 않고 관심이 집중된 비자금 관련 노트를 인멸한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이 국장은 김재정과 이명박 전 대통령 일가 지시를 이행하는 실무자에 불과하다"며 범행으로 인해 얻은 개인적 이익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2009부터 2013년까지 이 전 대통령 실소유주 의혹이 불거진 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의 자회사 홍은프레닝 자금 10억8000만원과 2009년 금강의 법인자금 8억원을 허위 급여 명목으로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국장이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 회사 '다온'에 40억원을 부당 지원한 배임행위를 했다고도 보고 있다. 또 이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의혹 규명에 단초가 될 수 있는 입출금 장부를 뜯어 파쇄한 증거인멸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 달 결심공판에서 "오랜 기간 회사를 사유화해 매출액을 불법적으로 외부로 유출했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날 이 국장에 대한 선고는 수백억대 뇌물 수수 및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형사합의30부는 "홍은프레닝은 다스 자회사인데 김재정 사망 후 다스 주요 현황에 대해 이 국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보고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에서 자신이 다스의 비자금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측근의 진술을 강하게 부인하며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일축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