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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욕망이 없으면 고통도 없다

우리가 보는 세상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입력 : 2018.07.1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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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나를 먹여 주고 지켜 주고 사랑해 준다.” 이 문구에 대한 개의 화답은 이렇다. “인간은 신이 분명하다.” 같은 명제에 대한 고양이의 생각은 확연히 다르다. “인간에게 나는 신이 분명하다.”

인간을 집사로 여기는 고양이의 뻔뻔한(?)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근 소설 ‘고양이’에선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인간이 이식한 USB를 달고 인류의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을 꿰고 있는 수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나기 전까지 암고양이 베네데트는 자존과 권위로 무장한 흔한 ‘냐옹이’일 뿐이다.

피타고라스의 방대한 지식을 접하고 베네데트는 ‘각성’하기 시작한다. 지식이 확장될수록 한 집에 같이 머물게 된 수고양이 펠릭스를 보는 눈도 달라진다.

“똥돼지로 변한 그를 보고 있으면 오만 가지 생각이 든다. 고양이라는 종은 인간과 어울리면서 노력할 필요를 못 느끼게 됐어. 두려움에 떨 일도, 부지런히 사냥할 일도 없어졌지. 모험을 꿈꾸지도 않게 됐어.”

소설은 테러와 쥐떼 습격으로 멸망해 가는 인류 속에 등장한 고양이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얘기한다. 가장 풍성하고 번영된 세상에 사는 현재 인류는 2억 년의 시간을 점유한 공룡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생존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AI(인공지능)로 대변되는 첨단 기술이라는 ‘집사’ 앞에서 인간은 ‘고양이’로 변해가는 중이다.

인간의 자각과 고민을 줄이는 기술들은 도처에 깔렸다. 이젠 러닝머신의 속도에 맞춰 최적화한 템포의 음악을 자동 재생해주는 스포츠 음악 큐레이션까지 등장했다. 인간의 고민이 제로로 향할 때, 소설 속 세상은 현실이 될 게 뻔하다.

인간은 AI까지 만드는 동안 집약된 지식의 능력을 한없이 쏟아부었다. 지식의 왕관을 기술에 온전히 내어줄 때, 인간은 AI가 선택하는 것을 선택하는 일만 남아있을지 모른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베어 문 피타고라스에게 의탁한 베네데트는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는다. 계시처럼 찾아온 깨달음은 ‘나’에 대한 존재론과 자신의 잠재된 에너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내 안의 모든 것은 공(空)에 의해 나뉜 미세한 물질의 입자에 불과하다. 나는 근본적으로 공과 입자들을 연결하는 에너지로 이뤄져 있다. 나는 하나의 생각이다.”

그 ‘생각’은 자신을 ‘온전한 하나’로 믿고 ‘유일무이한 존재’로 뻗으며 ‘나는 무한하다’는 본질적인 정체성으로 확장하며 연결한다. 피타고라스의 지식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그 너머의 세상과 자아를 베네데트는 ‘지혜’로 터득한 셈이다.

욕심과 욕정은 넘쳐도 욕망이 부족한 것은 고통을 원치 않아서다. 개의 말대로 ‘신’이 되든, 고양이의 태도대로 ‘집사’가 되든 인간은 그 ‘무엇’이 되는 역할을 요구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세상의 주인은 고양이가 될 테니까.

[우보세] 욕망이 없으면 고통도 없다

김고금평
김고금평 danny@mt.co.kr twitter facebook

사는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대로 사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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