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 왕치산, 美中 무역전쟁 불 끌까…협상 재개 가능성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 5월 4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카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날 공산주의 창시자인 마르크스의 사상과 생애의 업적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자 국가적 위기 수습에 앞장서 온 왕치산 국가부주석이 최근 미국 고위급 인사와 회동해 미·중 무역 협상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신화통신은 12일(현지시간) 왕 부주석이 전날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람 이매뉴얼 시카고시장과 만나 양국 관계 및 지방 협력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00억달러(약 223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 부과를 선언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이매뉴얼 시장은 이날 시카고 투자유치국과 중국 상무부가 주최한 '중국 도시와 시카고 투자 협력 포럼' 참석차 중국을 찾아 왕 부주석까지 만난 것이다.

이날 회동이 관심을 끈 것은 왕 부주석이 미중 협상의 척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중국 공산당의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원칙을 무시하고 국가부주석이 된 왕치산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2년 중국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등의 위기를 수습하는 데 큰 공을 세워 '소방수'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이 때문에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도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그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부총리를 지낼 당시 미국과의 전략경제 대화를 이끌었고, 미국 내 인맥도 탄탄한 '미국통'이라는 점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왕 부주석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도 두문불출하며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중국은 대신 류허 경제부총리를 미국과의 협상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6일 미국과 중국이 관세폭탄을 주고받기 전 왕 부주석이 미국을 직접 찾아 극적으로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결국 설에 그쳤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0일 "왕 부주석의 부재는 미중 관계에 나쁜 징조였다"면서 "왕 부주석은 그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했을 때만 협상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왕 부주석이 공개 행보를 시작한다면 미국과 중국이 합의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왕 부주석이 당장 공개적으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회담이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 강화로 중단됐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런 외교적 교착은 두 나라의 무역전쟁을 장기화 국면으로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이날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한 제재 해제에 합의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가 4억달러(4488억원)를 결제대금계좌(에스크로 계정)에 예치함에 따라 미국 내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