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경원" 전세계 빚 사상최대, 무역갈등 확산되면…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신흥국 GDP 대비 대외부채비율/자료=WSJ 캡쳐

전세계 빚이 사상 최대로 불어났다. 금리상승과 달러강세의 속도가 빨라지거나 무역갈등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면 부채 관리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국제금융협회(IIF) 자료를 인용해 올해 1분기 말 전세계 부채가 247조달러(약 28경원)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전세계 가계, 비(非)금융 및 금융기업, 정부의 총 부채가 1년 전 222조6000억달러는 물론 지난해 말과 비교해서도 8조달러가 는 것이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비율도 318%를 넘어섰다. 이 비율이 상승한 건 2016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전례 없는 빚 부담은 시장에서도 가장 우려하는 위험요인 중 하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과 무역전쟁의 영향이 부채로 옮겨 붙을 경우 타격이 깊어질 수 있어서다.

시장은 특히 기업과 신흥국의 부채에 주목한다. 2008년 금융위기 후 전세계 중앙은행이 펼친 통화완화 정책 덕에 이례적인 저금리가 이어지자 기업들은 차입을 앞다퉈 늘려왔다.

조세프 라보르그나 나티시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매체 CNBC에 "기업 부문의 레버리지가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금리가 더 오르면 매우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은 (통화당국이) 인위적으로 낮춘 금리를 자본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데 이용해 왔다"며 "부채의 불안정성을 감안할 때 경기가 둔화하면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 부채 중에서도 달러 빚이 많은 신흥국의 기업 부채는 더 위험하다. 이미 미국 금리상승과 달러강세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무역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고조되면 부채 관리가 더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IIF에 따르면 신흥국 비금융기업의 부채는 올해 1분기 1조5000억달러 늘어난 31조5000억달러로 불어났다. 이는 GDP의 94.4%로, 선진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 89.4%를 웃돈다.

특히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대외 부채비율이 높은 신흥국의 통화가치와 채권가격은 이미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이들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상수지 적자·재정적자를 갖고 있어 달러강세와 금리상승에 특히 취약한 국가들이다.

마이크 톰슨 S&P인베스트먼트 사장은 "무역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시장 변동성 확대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까지는 시장이 놀랍도록 회복력을 보여 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