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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사회주의 무상의료 종언', 격변의 北 의료체계

[북한 속쏙알기(3)-보건의료](종합)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민승기 기자 |입력 : 2018.07.13 05:30|조회 : 27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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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오늘날 북한은 의약품 부족으로 감염병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다. 무상치료제는 기능을 상실한 채 장마당이 의약품 거래의 중심이 된 지 오래다. 북한 보건의료 현황과 남북 보건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살펴봤다.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센터장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지역으로 귀순하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고 긴급 후송된 북한 병사에 관한 1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국종 아주대학교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센터장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지역으로 귀순하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고 긴급 후송된 북한 병사에 관한 1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회주의 무상의료 종언'… 격변의 北 의료체계



[북한 속쏙알기(3)-보건의료]①고난의 행군기 이후 '장마당'이 약국… 현대화 몸짓

[MT리포트]'사회주의 무상의료 종언', 격변의 北 의료체계
서울대 의대 박상민 교수가 2013년 의사 출신을 포함한 북한이탈주민 20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응답자의 69%가 암시장에서 약을 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약이 밀반출되고 유통 단계를 거칠수록 약값이 계속 뛴다고 했다. 약이 귀하고 음성적으로나마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증언이다. 오늘날 북한 보건의료 시장의 민낯이다.

북한 사회주의헌법 제56조는 '전반적 무상치료제'를 명시했다. 이는 이상적 구호일 뿐 현실은 참혹하다. 약이 부족해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 국제기구 등으로부터 원조를 받아도 환자에게 가는 물량이 별로 없다. 빼돌려진 의약품은 고가에 팔린다. 북한 무상의료체계는 오래된 풍문처럼 자취를 감췄다.

◇무상의료·호담당구역제… '메디토피아'의 꿈 = 무상의료는 1946년 12월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에서 채택됐다. 초기에는 노동자와 사무원, 부양가족으로 한정됐지만 적용대상이 점차 확대돼 1960년 비로소 전국 모든 인민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호담당구역제'는 북한식 의료복지의 또 다른 자랑거리였다. 1969년 각 시·군에서 시작된 이 제도로 의사는 담당 지역 주민 가정을 연 1~4회 순회하며 치료와 위생 교육을 실시했다.

당시 한국과 비교해도 앞선 체계였다. 이 체계는 1980년대까지 잘 굴러갔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재정악화로 각 방역소와 병원에 대한 의약품 공급이 끊겼다. 의료진에 대한 배급도 부실해졌다. 호담당구역제는 내용 없는 형식 순회에 그쳤고 환자들은 은밀히 대가를 지불하고 치료를 받아야 했다.

경제난은 기아, 무차별적 감염병 창궐을 불러왔다. 이 시절 '고난의 행군'은 북한 의료체계 붕괴의 서막이었다.

[MT리포트]'사회주의 무상의료 종언', 격변의 北 의료체계
◇"장마당에서 의약품 유통, 무상의료는 옛말" = 북한이탈주민이자 남북한 1호 약사 이혜경씨는 "고난의 행군기는 기존 북한 의료체계 붕괴를 불러온 동시에 북한식 자본주의 현장인 장마당을 불러온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 무렵 북한 의약품 생산라인은 멈췄다. 소련과 동구권 붕괴로 의약품 수입마저 끊겼다. 의약품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의약품은 장마당에서나 구할 수 있었다. 이 구조는 북한의 비공식 보건의료 전달 체계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신희영 서울대 통일의학센터장은 '김정은 시대 북한 보건의료체계 동향' 보고서에서 북한이탈주민 말을 빌어 "병원에서 처방을 해주면 장마당에서 약을 사먹는다. 북한 장마당이 사실은 약국"이라고 기술했다.

개인 자본을 꽤 축적한 '돈주(錢主)'의 등장은 사적 의약품 유통 확장의 분수령이 됐다. 2000년대 들어 돈주들은 의약품공장과 병원 건설에 적극 개입했다. 오늘날 공적 보건의료 체계의 거의 모든 부분이 사적 영역으로 넘어간 상태다. 2010년부터는 대놓고 개인약국이 활성화됐다. 2012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장경제로의 개혁을 선언한 '6·28 신경제관리조치'도 큰 역할을 했다.

◇김정은 시대, 北 보건의료 재정비 =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부터 북한 보건의료체계는 개혁의 길로 들어섰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먼거리 수술지원체계'나 '먼거리 의료봉사체계' 같은 의료서비스 전산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신희영 센터장은 "북한이 김정은 시대를 맞아 지속적으로 원격의료를 보건의료의 화두로 삼고 있다"며 "의학교육과정에 컴퓨터·전산이 추가된 것과 맥이 닿는다"고 설명했다.

[MT리포트]'사회주의 무상의료 종언', 격변의 北 의료체계
집권 첫해 유선종양연구소 현지지도, 2016년 류경안과종합병원 건설현장 지도, 2014~2015년 정성제약종합공장 현장지도 등 행보는 그가 보건의료 재건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는 지 보여주는 사례다.

북한은 보건의료 개혁과 투자를 위한 자본 동원에 근본적 한계를 안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외부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북한 제약공장에서 필수의약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사업을 벌인 건 좋은 예다.

김진숙 보건복지부 남북협력TF 팀장은 2012년 논문 '북한 의약품정책의 특징과 한계 분석'에서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필수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대북지원을 확대하면서 북한 스스로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약분야 역량 개발 프로그램에 본격적인 협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지산 기자



감염병 무방비지대 북한…사망자 31%가 감염성 질환



[북한 속쏙알기(3)-보건의료]②결핵, 말라리아 등 통제 불능

[MT리포트]'사회주의 무상의료 종언', 격변의 北 의료체계
북한은 결핵, B형간염, 말라리아 등 각종 감염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감염성 질환은 북한 전체 사망자 원인의 31%를 차지한다는 게 세계보건기구(WHO) 판단이다. 한국(5.6%)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북한 감염병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가 기생충이다. 북한의 기생충 감염률은 우리나라의 1970년~1980년대 수준으로 파악된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한 북한이탈주민 건강조사(2005년~2008년)에 따르면 청소년의 35.5%, 성인의 24.6%가 기생충에 감염된 것으로 추산된다. 남한보다 1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북한에 기생충 감염환자가 많은 이유는 곡물 재배에 인분을 사용하고 민물고기를 날로 먹기 때문이다.

[MT리포트]'사회주의 무상의료 종언', 격변의 北 의료체계
결핵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2017년 WHO 결핵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북한 내 결핵 환자 수는 13만명으로 1년만에 20% 가까이 늘었다.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만1000명으로 전년의 두배가 넘었다. 전문가들은 실제 북한 내 결핵 환자는 WHO 보고서보다 3배 이상 많을 것으로 본다.

말라리아는 통제권 밖에 있다. 북한은 2008년부터 개성시, 황해도 등 남북접경 지역 중심으로 매년 1만건 이상 말라리아 감염사례가 보고된다. 주사기 등 생산부족과 열악한 소독장비 등으로 인해 병원에서 B형간염에 걸리기도 한다.

에이즈, 성병은 공식 통계가 없어 불안감을 더 키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북한 내 에이즈 감염사례는 보고된 게 없다. 그러나 사적 경제활동이 활발해 북한 여성 왕래가 빈번한 서북부 국경인접 중국지역에서 최근 에이즈 감염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WHO는 5세 미만 사망아동의 0.7%가 에이즈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2010년에는 북한 전역에 매독이 퍼져 당국이 매독 전파방지와 보균자 색출을 위해 지역마다 '99호 상무'를 조직한 것으로 알려진다. 남북한 1호 약사 이혜경씨는 "북한 내 성병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치료약이 없어 빠르게 전염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희영 서울대 통일의학센터장은 "만약 한국에서 흔하게 유행하는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북한에 퍼지면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 내 수액 생산 시설도 감염에 취약해 수액을 맞고 감염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민승기 기자



"남북 의료협력 새시장 열린다"… 들뜬 기업들



[북한 속쏙알기(3)-보건의료]③"감염병 제거 최우선 과제... 북한 질병, 학술적 이용 가능"

북한 의약품 지원
북한 의약품 지원
지난 6일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어린이어깨동무 등 민간 대북 의료지원 단체 관계자 26명을 실은 버스가 경기도 화성 한미약품 팔탄공장 앞에 섰다. 합성의약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앞선 스마트 운영 시스템을 자랑한다.

단체 관계자들은 같은 날 국내 최대 수액 생산 기지인 JW생명과학 당진공장을 거쳐 이곳까지 왔다. 본격적인 남북 보건의료 협력에 앞서 북한 내 필요한 필수의약품 현황을 살펴보고 생산공장 재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고재길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인도협력팀 팀장은 "새로 열리는 남북협력 시대에 대비해 미래 방향성을 살펴보기 위한 시도로 관련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한미약품, JW생명과학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민간단체의 북한 관련 세미나나 현장교육 등 지식기반 역량 강화 사업을 통일부로부터 위탁받아 시행한다.

기업들은 이미 북한 보건의료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북한 내 감염병 퇴치가 남북교류의 출발점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박능후 장관이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힌트를 줬다. 박 장관은 "감염병은 남북이 따로 없고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면 각각의 전염병이 전파될 수 있다"고 말했다.

[MT리포트]'사회주의 무상의료 종언', 격변의 北 의료체계
백신 생산 업체들의 기대가 누구보다 크다. 북한은 1980년대까지 '보건의료 4대방침'에 의해 예방접종이 활발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기간(1995년~1996년) 보건의료 체계 붕괴 후 예방접종은 자취를 감췄다.

백신 업계 관계자는 "남북한 인적교류를 위해서는 두 지역 사람들이 비슷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남한과 비슷한 예방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염병 여부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진단기기 수요도 예상된다.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말라리아, 독감 등 감염 여부와 바이러스 종류를 파악하고 처방을 하려면 진단기기에 의한 진단이 필수다. 진단기기 업체 바이오니아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감염 여부를 빠르게 확인하는 데 진단기기 업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희영 서울대 통일의학센터장(왼쪽)과 북한 의료진들이 북한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를 진료를 하고 있다.
신희영 서울대 통일의학센터장(왼쪽)과 북한 의료진들이 북한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를 진료를 하고 있다.
북한 질병을 학술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신희영 서울대학교 통일의학센터장은 "한국에서 결핵 신약이 개발되지 않는 이유는 결핵균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북한 결핵균을 연구하면 신약을 개발하는 게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생충도 연구자 입장에서는 귀한 연구 재료"라며 "외국에서는 기생충을 구하지 못해 사진만 보고 교육을 한다. 기생충을 샘플로 만들어 서구 유럽 등에 팔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산 기자, 민승기 기자



"최악의 北 의료상황…철도보다 의약품 지원이 먼저"



[북한 속쏙알기(3)-보건의료]④남북한 1호 약사 이혜경씨 인터뷰

남북한 1호 약사 이혜경씨/사진=김지산 기자
남북한 1호 약사 이혜경씨/사진=김지산 기자
'남북한 1호 약사' 이혜경(53)씨는 2002년 한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 북받치던 감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한 번도 어려운 북한 탈출을 두 번이나 성공한 뒤 기어코 도착한 한국이었다.

"탈북에 성공했지만 북에 두고 온 둘 째 딸을 잊을 수 없어 제 발로 돌아갔다. 6개월간 구금생활을 겪은 뒤 둘 째를 데리고 2001년 두 번째 탈북을 감행했다"

이씨는 다음 해 한국으로 향했다. 두 번이나 탈북에 성공한 믿어지지 않은 경력(?) 때문에 간첩으로 오해도 받았다. 국정원에서 그를 특이 관찰 대상으로 주시한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북한에서 함흥약대를 졸업한 이혜경 약사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다. 북한은 약학이 의대 안에 포함돼 있는데 유일하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약대가 바로 함흥약대였다. 6·25 전쟁통에 북으로 끌려간 어머니도 북한에서 의대를 졸업한 뒤 의사 생활을 했다.

"막상 한국에 들어오자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어 파출부, 빌딩청소부, 마트사원까지 안해본 게 없다. 그러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게 약사밖에 더 있나' 싶어 삼육대 약학과에 편입학했다"

한국 약대 생활은 북한에서와 다를 게 없었다. 차이라면 라틴어를 기반으로 한 북한 의학서와 달리 한국은 영어를 기초로 한다는 정도였다. 이씨는 "의학 기초는 남북이 거의 똑같다. 비루스(Virus)를 한국은 바이러스로 읽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경기도 한 도시에서 '하나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MT리포트]'사회주의 무상의료 종언', 격변의 北 의료체계
이씨는 북한 의료인 수준이 한국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고 했다.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는 건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이씨는 "북한은 대학진학률이 10%밖에 안되는 데다 원칙적으로 재수를 못한다. 김정은 통치 이후 수재들이 과학과 의료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희영 서울대 통일의학센터 소장도 비슷한 증언을 한 적이 있다. 신 소장은 2015년 북한 청진의대 학생들을 서울의대 2학년생들과 같은 공간에서 강의를 듣게 했다. 청진의대생들은 서울의대생의 중간수준을 따라가고 있었다. 신 교수는 북한 최고 명문의대인 평양의대생들의 높은 수준을 이미 확인한 뒤였다. 그는 청진의대나 평양의대, 서울의대 수준이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혜경 약사는 북한에 당장 필요한 건 항생제를 포함한 감염병 치료제라고 했다. 그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기, 기아와 함께 온갖 종류의 전염병이 창궐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때 사람들에게 내성이 생겨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며 "잠복해 있는 병원균이 언제 발병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수인성, 즉 오염된 물에 의한 전염병 통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상수도 시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약을 먹고 치료를 해도 물 때문에 또 다른 병에 걸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의약품 지원은 남북경협에 있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과제라고 했다. 이씨는 "철도를 깔고 건물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염병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면 인적교류가 남북 모두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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