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분식이 주주소송 빌미… 삼성바이오 "행정소송 불가피"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회계기준에 대한 결과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778,000원 ▼12,000 -1.52%)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낸 것이 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행정소송을 실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15일 "바이오젠과 체결한 콜옵션(특정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공시 내용과 시기를 두고 '고의' 분식 결론을 내린 데 대해 행정소송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행정소송을 감행하는 배경에는 주주 손해배상청구 소송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고의로 분식회계를 하는 바람에 금융당국의 감리가 시작됐고 주가가 떨어졌다는 논리가 완성된 것이다. 증선위가 내릴 수 있는 '과실' '중과실' '고의' 중에서 '고의'만 아니었더라도 소송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지난 5월1일 금융감독원이 회사와 외부감사인에 조치사전통지서를 통보하기 직전(4월30일, 48만8000원) 이후 최근(이달 13일, 40만2000원)까지 17.6% 떨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증선위가 '고의' 분식 결론을 냈으면서도 그 배경을 뚜렷하게 설명하지 않아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행정소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증선위 조치 가운데 담당 임원 해임권고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당 임원에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증선위가 지목한 담당 임원은 김동중 재무담당임원(CFO, 전무). 삼성전자 출신인 김 전무는 2014년 10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합류했다. 2012년 이뤄진 콜옵션 계약에 관여하지 않았고 과거 회계처리 역시 김 전무 의사와 관계없이 진행돼 해임은 과도한 처분이라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임원 해임 여부는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전까지 결정하면 된다"며 "입사하기 전 벌어진 일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의견들이 많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재분류해 1조9000억여원 순이익을 발생시킨 데 대해서는 회계부정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대신 금감원에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보강할 것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