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투자 늘리는 초대형 IB…자본적정성 '급락'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인 초대형IB(투자은행)가 늘어난 자본 여력을 토대로 위험이 높은 투자처 발굴에 적극 나서면서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등 자본적정성 지표가 빠르게 하락했다.

올 하반기에는 초대형IB의 기업 투자 한도가 더욱 늘어나고 발행어음 업무 확대로 기업 대출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 신용평가업계의 리스크 점검도 강화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초대형IB 5개사(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의 순자본비율(신 NCR)은 평균 1600%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초대형IB 5개사는 옛 NCR인 영업용순자본비율로 보면 2016년 9월 말 304.3%에서 2018년 3월 말 214.3%로 하락했다. 기업금융대출과 해외투자 등 위험값이 높은 투자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영업용순자본비율은 증권사의 자본건전성 판단 기준으로 15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초대형 IB의 영업용순자본비율(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KB증권(321.9%), NH투자증권(234.3%), 한국투자증권(188.5%), 삼성증권(188%), 미래에셋대우(187.6%) 순으로 집계됐다. 200% 이하로 내려온 곳도 있어 적정성 지표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중소형사의 우발부채 및 대출채권 투자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대형사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며 "투자 형태도 해외 및 프로젝트성 투자로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는 데다 해외주식이라든가 채권 투자도 늘면서 위험값이 올라가고 있다"고 해석했다.

금융당국은 2016년부터 증권사의 건전성 규제 지표를 영업용순자본비율에서 순자본비율로 개편했다. IB의 기업 투자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영업용순자본 차감 기준을 좀 더 완화한 조치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도입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에선 업권 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증권사의 자본적정성 지표로 다시 영업용순자본비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의 자본적정성 관리에 다급해졌다.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오는 9월부터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회사가 중소기업 및 기업금융 관련 대출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는 종전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까지 확대된다. 투자 여력이 늘어나는 만큼 영업용순자본비율 하락 압력도 커지는 셈이다.

또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업무에 나서고 있고 KB증권도 신규 인가 신청에 나설 예정이다.

발행어음을 투자자에게 판매해 조달한 자금의 절반은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대출 비중이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하반기 초대형IB의 위험액이 더 높아질 수 있어 각사별 기업대출과 리스크 관리 정책, 사업 계획 등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투자업계는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이다. 한 초대형IB 관계자는 "나중에 매각하기 위해 인수 형식으로 투자한 뒤 고유 계정에 담아둔다"며 "이 과정에서 위험액이 높아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투자한 위험 규모는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