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편의점 '공동휴업'·소상공인 '최저임금 불복종'(종합)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10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저임금위원회에 '5인미만 사업장 소상공인 업종 최저임금 차등화'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내년도 최저시급이 8350원으로 결정되자 소상공인업계와 외식·프랜차이즈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월 하루 공동휴업과 심야할증, 카드결제 거부 등을 추진하기로 했고, 71개 업종과 직능별 단체를 회원사로 둔 소상공인연합회는 오는 24일 총회를 개최해 최저임금 불복종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15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전국 편의점 4만여개가 공동휴업과 심야할증 등을 한다는 총론에 합의한 상태"라며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은 오는 16일 비상대책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 협회장은 "편의점 4개 브랜드(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점주의 올해 한달 평균 수익이 135만원"이라며 "올해 최저시급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작년보다 약 70만원 늘었는데, 내년에는 이보다 50만~60만원 더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최저시급 1만원' 목표를 세워놓고 소상공인 지급 여력, 소득 변화 등 제반상황은 나몰라라 한다고 비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오는 17일 이사회와 24일 총회를 통해 '최저임금 모라토리엄(불복종)'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결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고, 개별 소상공인이 자율적으로 근로자와 협의해 업종에 맞는 최저임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최저임금 미준수가 현행법 위반인 점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법 28조에 따르면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국민 저항권을 행사하는 것이며 소상공인의 절박한 요구를 무시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외식·프랜차이즈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올들어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면서 재료비, 배달료가 크게 상승한 가운데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10.9% 인상되면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고 최악의 경우 폐업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올 1월부터 최저임금 7530원이 적용되면서 6개월동안 외식업 현장은 고용인원 감축, 업주의 직접 근로시간 연장 등으로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속도조절을 호소했다. 올들어 미투운동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해 기업의 회식이 크게 줄었고 임대료 및 식재료 가격인상 등으로 인해 외식업주의 수익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매장내 일회용컵 규제에 나섬에 따라 머그컵이나 유리컵 등을 사용해야 하는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중고를 호소한다. 설거지나 테이블 청소 등 업무가 늘어나 종업원을 줄이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 커피전문점 업주는 "2년새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오르게 되는데, 지금도 아르바이트생들 급료를 주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거의 없어 내년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치킨과 피자, 족발 등 배달 비중이 큰 업종은 배달수수료 상승도 우려한다. 통상 치킨이나 피자 프랜차이즈는 배달기사를 직접 고용하거나 배달대행 업체에 맡기는데 최저시급이 오르면 배달기사나 배달업체가 인상폭 만큼 배달수수료를 올려줄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실제 올들어 배달 수수료가 500~1000원씩 인상된 바 있다. 그동안 정부 눈치를 봤던 치킨업체들이 원가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본격적으로 치킨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건비 절감을 위한 무인주문기 도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미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버거킹 등 주요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전국 매장의 절반 가량에 무인주문기를 설치했다. 맘스터치나 쥬시 등 상당수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가맹점주들과 협의해 무인주문기를 확대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경영위기에 몰린 가맹점들이 본사를 향해 가맹료나 물품공급가 인하를 추가로 요구하는 등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올들어 가맹점 단체와 상생협약을 체결하면서 회사 수익이 급감했는데 가맹점 경영여건이 좋지 않으면 또 다시 공급가를 놓고 다투는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스럽다"면서 "군소 프랜차이즈들은 상당수가 구조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6일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기중앙회 회장단과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등 중소기업계 관계자들과 긴급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14일 새벽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된 직후 중기업계의 긴급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위한 후속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업종별 구분적용 등 앞으로의 최저임금 제도 수정 보완책에 대한 건의도 제기될 전망이다.

중기중앙회 고위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주52시간 근로 등 노동현안 전반이 다뤄질 것"이라며 "중기업계의 입장과 분위기를 허심탄회하게 전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