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의 작심발언 "최저임금 인상 고용 영향 현실화 조짐"

김동연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한국은행 본관에서 조찬 모임을 마치고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임성균 기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저임금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고용과 기업활동 위축 가능성을 언급하며 "최저임금 인상이 하반기 경제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그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속도조절론'을 펼쳐 왔다. 이번 발언은 최저임금 인상을 급격히 올린 부작용을 경고한 '작심발언'으로 읽힌다.


김 부총리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와 조찬 회동을 가졌다. 석 달 만에 이뤄진 두 사람의 회동은 김 부총리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이날 회동은 만남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다만 이제까지와 달리 재정·통화정책 수장의 만남 자체보단 김 부총리가 내놓을 발언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된 이후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서는 만큼, 관련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회동에 앞서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부터 김 부총리는 작심한 듯 최저임금 인상을 경제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하반기 경제운영에 있어서의 하방리스크에 주목한다"며 대외 변수로 '국제 무역환경 변화'를, 대내 변수로 '최저임금'을 예로 들었다. 이 총재가 글로벌 무역전쟁과 신흥국 금융불안을 거론한 것과는 결이 달랐다.

비공개 조찬 회동을 진행한 후 두 사람은 예상 시간을 훌쩍 넘긴 9시37분쯤 기자들 앞에 다시 섰다. 예상대로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최저임금에 따라 올해 일부 연령층과 업종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현실화되고 있는 조짐"이라며 "앞으로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일부 있다"고 말했다. 또 "시장과 기업의 경쟁 마인드, 혁신성장 측면에서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김동연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한국은행 본관에서 조찬 모임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임성균 기자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완책으로 시행된 '일자리 안정자금'의 지원 한도를 늘리는 데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정부가 재정을 통해서 시장 가격에 개입을 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제도로, 올해 예산안에 2조9707억원 규모로 반영됐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분을 지원하려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규모가 이보다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내년도 일자리 안정자금을 3조원을 초과해 (지원)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시장 가격에의 정부 개입은 최소화하고, 이를 일정 기간 내에 연착륙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정부가 올해 3% 성장 전망을 유지할 것인지 묻는 말에 "경제가 거시경제상 잠재성장의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 있을 수 있는 하방 위험요인에 대해 주목한다"며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는 조만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조찬 회동에는 기재부와 한은 간부들이 총출동해 양 기관의 정책 공조 의지를 다졌다. 기재부에서 고형권 1차관, 김용진 2차관, 이찬우 차관보, 황건일 국제경제관리관이, 한은에선 윤면식 부총재, 허진호 부총재보, 유상대 부총재보, 정규일 부총재보가 함께 했다.

이날 만남을 통해 기재부와 한은은 재정·통화정책의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 운용을 통해 서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또 대내외 위험요인에 대해서도 시장 모니터링 등 선제적 대응체계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회동의 목적에 대해 "거시경제 운영 전반에 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을 위한 것"이라며 "생산적이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