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현금 '있는' 사회로 회귀하나…모바일결제 급제동

중국의 한 운전자가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이용해 고속도로 통행료를 결제하고 있는 모습. /AFPBBNews=뉴스1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해 질주하던 중국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모바일 결제의 급속한 성장으로 일부 취약계층이 거래에 어려움을 겪고, 금융위험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직접 현금 사용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의 성장 속도는 느려질 전망이다.

◆모바일 결제사 '돈놀이' 규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인민은행이 내년 1월부터 모바일 결제 회사의 비부금(備付金) 비율을 100%로 올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비부금은 일종의 지급준비금으로 결제 회사가 고객으로부터 거래대금을 받아 은행이나 거래처 등에 대신 지급할 때까지 맡아두는 돈을 말한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비부금 비율을 20%로 처음 정했으며, 그해 4월 50%로 상향 조정했다.

비부금 비율 상향은 모바일 결제 업체에는 치명적이다. 그동안 비부금을 이용해 대출이나 투자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별다른 규제가 없는 탓에 위험자산에까지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올린 셈인데, 고객 돈을 가지고 '돈놀이'를 한 셈이다. 실제 텐센트는 지난해 이자수익으로 전체 매출의 1.7%에 해당하는 39억위안(약 6563억원)을 벌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자회사 텐페이가 운영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위챗페이를 통한 비부금 관련 수익으로 파악된다.

알리바바그룹 자회사이자 중국 최대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파이낸셜은 비상장사로 정확한 실적이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이 위챗페이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자 수익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FT는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을 90% 이상 장악한 앤트파이낸셜과 텐페이가 비부금 비율 상향 조정으로 연간 매출이 10억달러(약 1조1282억원)가량 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인민대 산하 중양금융연구원의 둥시먀오 교수는 "비부금은 결제 회사의 자산이 아니며, 고객에게 소유권이 있다"면서 "(비부금 비율 상향 조정은) 금융시장의 일부 혼란을 바로잡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인민은행, '런민비' 사수 나서

인민은행이 급성장하는 모바일 결제 시장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모든 온라인 결제 업무를 총괄하기 위한 조직 '왕렌(網聯)'을 설립했으며, 지난달 30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모바일을 포함한 모든 중국 내 온라인 결제는 왕렌을 거쳐 진행되며 당국의 감시를 받는다. 온라인 결제 시장이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 금융시장의 불안요소가 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조치다.

모바일 결제의 급속한 확산으로 현금 결제를 거부하는 곳이 많아지자 인민은행이 현금 결제를 강요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인민은행은 지난 13일자 공지에서 "최근 관광 명소, 식당, 일반 산매점 등에서 현금 결제를 거부하거나 차별하는 일이 늘고 있다"면서 "중국의 법정화폐는 런민비(인민폐)이며, 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모바일 결제의 과도한 확산으로 법정화폐인 런민비의 지위가 위태로워진 것이다.

독과점 논란도 당국이 모바일 결제 규제를 강화하는 이유다.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다. 사실상 두 회사가 올해 166조위안(약 2경80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모바일 결제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판수앙원 인민은행 지불결제국 부국장은 지난달 말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온라인 결제 시장의 독점과 그로 말미암은 결제 시장의 안전 문제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