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이사장 "北자본시장 개설에도 대비해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경영현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거래소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6일 "북한 경제개발을 위한 자금조달과 시장경제체제 전환을 위해선 궁극적으로 자본시장 개설이 필요하다"며 "실무연구반을 조직해 분위기가 성숙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이날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남북관계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으며 경협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자본시장 차원의 협력방안도 (사전)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北 자본시장 개설, 장기과제로 염두…= 거래소는 그간 캄보디아, 라오스 등 신흥국 증시설립을 지원하며 다양한 노하우를 쌓아왔고, 현지 경제수준에 맞춘 해외정책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아직 북한에서 자본시장 설립이 논의될 단계는 아니지만 긴 호흡을 가지고 준비할 필요는 있다는 지적이다.

정 이사장은 그러나 북한과 관련해서 국가 차원의 의사결정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현업에서는 국내 증시 활성화 방안에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코스닥을 중심으로 한 기업공개(IPO) 확대에 방점을 뒀다.

정 이사장은 '상장의 문턱'이 아니라 '상장의 조력자'가 될 수 있도록 시장 친화적인 상장정책을 펼치겠다고 설명했다. 예비기업 사전 컨설팅을 강화하고, 우량 코넥스 기업들이 코스닥으로 신속하게 이전 상장할 수 있도록 기업계속성 심사면제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IPO 목표기업은 80~90개를 제시했다.


이어 코스닥 중소 기업들의 공시부담을 줄이기 위해 관련 업무를 법무·회계법인에 위임할 수 있는 '공시대리인' 제도를 도입하고, 기업들의 해외IR 지원과 기술분석 보고서 발간확대 등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시가(始價) 단일가매매 접수시간 30분 단축될 듯…= 거래소는 또 올해 내에 시가(始價) 단일가매매 시간단축을 추진한다. 호가 접수(오전8~9시)에서 특정시간 쏠림이 크고 불공정거래의 개연성도 있어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으나 30분 단축안에 무게가 실리고, 이에 맞춰 시간외종가 매매시간도 조정될 전망이다. 오후 3시30분에 끝나는 정규 거래시간 단축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정 이사장은 "파생상품시장에 만기가 매주 도래하는 위클리(Weekly) 옵션을 도입해 정밀한 위험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200 지수를 토대로 하는 상품이며 금융위원회외 협의해 올 하반기 상장된다.

이 밖에 기관, 외국인 투자자들과 협의를 통해 무차입 공매도 근절을 위한 시스템 확충과 내부자거래 예방을 위한 K-ITAS(케이 아이타스) 구축계획도 밝혔다. 케이 아이타스는 상장사 임직원 정보를 거래소에 등록하고, 이들의 자사주 매매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에 통보하는 방식이다.

◇삼성證, 골드만삭스…증선위와 별개로 제재= 거래소는 또 시장 데이터를 투자자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 종합 정보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밖에 대량 착오주문 방지를 위해 1회당 제출 가능한 수량기준을 강화하는 조치도 준비 중이다.

정 이사장은 최근 현안인 공매도 사태에 대해 "삼성증권 유령배당 사태는 증선위·금융위와 별개로 7월 중 시장감시위원회에서 별건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며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 역시 7월 감리를 거쳐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에 대해서는 "증선위에서 검찰 고발은 했지만 합작계약 약정사항 콜옵션 주석을 기재 안 한 것"이라며 "당기순익이나 자기자본 영향은 없다는 판단이 나왔고 규정에 따르면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올해 상반기 주요 업무 성과로 △코스닥시장위원회 독립기관 격상 △액면분할 거래정지 기간 단축 △혁신기업의 코스닥 상장유도 △KRX300, KRX Mid200 지수 출시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조성 △TCB보고서 발간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