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최저임금 어찌하오리까" 중기부의 딜레마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 긴급 간담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장관의 방문이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을 달래기 위한 행보가 아니길 바란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가진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깊이 고민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홍 장관의 이날 방문은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종전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한 직후 결정됐다. 중기부가 중앙회에 연락해 장관과 중앙회장의 간담회를 제안하면서 성사됐다는 설명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백브리핑을 통해 "최저임금이 결정됐으니 어려움 호소하는 중소기업들을 만나 현장의 애로사항을 먼저 듣고 어떤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검토해야겠다는 장관의 제안에 따라 이뤄졌다"고 말했다.

중기부의 갑작스런 제안에 중앙회 내부에선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일종의 퍼포먼스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 회장의 발언도 이 같은 시각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중앙회가 요구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속대책을 보면 중기부가 관여할 수 있는 사안은 거의 없다. '최저임금 사업별·규모별 구분적용 제도화'와 '탄력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는 고용노동부 소관 사안이고, '카드가맹점 우대수수료 적용 대상 확대'와 '온라인 영세자영업자 결제수수료 부담 완화'는 금융위가 해법의 키를 쥐고 있다. 임대료 제한과 계약갱신청구권 확대 등을 담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법무부 소관법에 국토교통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사안이고, '일자리안정자금 제도 현실화'는 기획재정부의 지휘 아래 놓여있다.


중기부가 이런 상황에 놓일 것이라는 예상은 출범 전부터 제기돼왔다. 대부분의 중소기업 관련법을 다른 부처에서 소관하고 있어 지원 정책만 갖고 있는 중기부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궁중 족발' 사태처럼 소상공인의 직접적인 생존권이 달린 사건을 중기부는 관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날 중앙회도 중기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요구사항을 해소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인지하면서도 다른 부처에 요구조건을 공개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창구로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오늘 간담회 내용이 최저임금(보완대책)과 관련 있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청와대에서 중기청을 부로 만든 것 자체가 내각에서 (중기부가)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달라는 의도 아니겠는가"라고 해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기부에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부처 스스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만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설립목적에 부응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기획조정본부장은 "중기부가 부처로 승격한 것은 위기상황에 놓인 중소기업을 '적극적 행정'으로 지원하라는 의미"라며 "중소기업기본법이 작동되고 중기부의 위상과 역할이 정립되기 전까지 부처간 조정기능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