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도 힘들다…하도급법 개정, "최저임금 폭등 부담 전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오는 17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하도급 법령의 주요 내용과 향후 정책방향 및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가맹점주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사진=뉴스1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보다 여력이 있을 것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폭등의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지나치다."

최저임금이 증가한 만큼 하도급대금도 올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되면서 재계의 우려가 깊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최저임금이나 공공요금 등이 오르면 하도급대금 인상을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원사업자에게 납품단가 인상을 요청할 수 있는 요건이 대폭 확대된다. 기존에는 원유·철광석 등 '원재료'의 가격이 오르는 경우에만 납품단가 인상을 요청할 수 있었으나 개정안에서는 ‘인건비’나 전기요금·임차료 등 각종 ‘경비’가 오를 때에도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특히 노무비가 하도급 계약금액의 10% 이상인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7% 이상 오르면 납품단가 인상을 요청할 수 있다. 원사업자에게 인상요청이 부담스러운 중소기업을 대신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하도급대금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최근 2년간 국내 최저임금은 10% 이상 인상됐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원사업자도 함께 지라는 의미이다.


재계는 우려가 크다. 연이은 대내외 악재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가운데 최저임금의 인상부담을 함께 지게 돼서다. 경영계는 2019년 최저임금 심의에 불참할 정도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했다.

또 원자재 가격과 노무비 변동에서 오는 하도급업체의 경제적 부담을 줄 일 수 있지만 시장의 수급상황과 개별 기업과의 특성과는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생산단가가 결정되는 단점도 있다. 원사업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재계는 극단적으로 규제를 피해 외국 하도급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기업 등으로 납품업체를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도급업자 입장에서 단기적인 납품단가 상승의 이익보다 장기적인 수주물량 축소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새 하도급법은 전속거래를 강요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를 해외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행위도 막았다. 기술자료를 유용·유출할 경우 한 차례의 고발조치만으로 공공입찰 참여가 제한된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하도급 관계를 너무 갑을 관계로만 본다”며 “협력업체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상생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가 보는 기술탈취는 정말 예외적인 일탈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대기업이 힘들어지는 게 아니라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힘들어질 수 있다”며 “전속거래제의 경우 많은 중소기업이 거래 안정 목적으로 원할 수 있는데 이번 개정이 과연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까 의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