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근로시간 먼저 줄인 日도 '충격 최소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으로 국내 각 건설현장들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한국보다 앞서 도입했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한 선진국 사례에 관심이 모아진다. 제도의 취지는 살리되, 건설현장의 실상을 감안한 운영의 묘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늘어나는 인건비와 공사기간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건설업계의 일관된 제안이다. 52시간인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융통성있게 적용하도록 숨통을 터달라는 목소리다.

현행 제도상으론 1주당 평균 40시간을 기본 근무시간으로, 2주 이내에 최대 52시간까지 연장 근로를 할 수 있다. 근로자 대표의 서면 합의가 있으면 1주 평균 40시간 기준, 3개월 이내에 최대 52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다.

다만 사전에 대상근로자의 범위와 3개월 내 일정 기간의 단위를 명시하고 근로일과 일별 근로시간, 합의 유효기간까지 명시해야 한다. 조건이 까다롭다보니 시시각각 변하는 건설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보다 한해 앞서 2017년 법정근로시간을 1일 8시간, 1주 40시간으로 단축한 일본은 초과근로시간을 연간 기준으로 설정해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했다. 일본은 월 45시간, 연 360시간 '연장' 근로시간을 설정해 일시적으로 업무량이 증가하는 문제에 대처할 수 있게 문을 열어 준 것.


일본은 단축된 법정근로시간을 건설업에 적용하는 시기도 5년간 유예해 연착륙을 유도했다. 현장에서 미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도 전에 제도부터 적용하고 보는 '일단 해보자'식 접근과는 차이가 있다.

독일, 프랑스, 핀란드, 포르투갈 등 유럽도 탄력근로제를 최대 1년까지 허용하고 있다. 연간 최대 근로시간만 준수하면 필요할 경우 언제든 초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한 것.

덴마크와 영국 역시 한국보다 긴 4개월, 17주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아예 최장 근로시간 제한이 없다. 주당 기준 근로시간인 40시간을 초과하면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하면 된다.

개정 '근로기준법' 부칙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2022년 12월 31일까지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 확대 등 제도 개선방안을 준비하도록 한다'고 명시돼있으나 제도 개선까지 4년이 넘게 남아있어 정부의 조기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을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기업에게 큰 부담"이라며 "선진국들은 장기간에 걸쳐 제도 정착을 추진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