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점 또 깬 원/달러 환율…1130원선 '눈 앞'

16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의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5.7원 오른 1,129.2원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8.91포인트(0.39%) 내린 2,301.99에, 코스닥 지수는 2.18포인트(0.26%) 내린 825.71에 마감했다. 2018.7.16/사진=뉴스1

원/달러 환율이 1130원선 턱 밑까지 오르며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차 고조된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감이 반영된 결과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7원 오른(원화 약세) 1129.2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12일 세운 종가 기준 연중 최고 기록(1125.9원)을 갈아치운 것으로 지난해 10월27일(1130.5원) 이후 약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의 개장가는 전거래일 대비 6.5원 오른 1130원에 형성됐다. 개장 직후 상승폭을 늘리며 1130.4원에 장중 고점을 기록했다. 이는 역시 장중 기준 연고점이었던 지난 12일(1130.2원)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지난해 10월27일(장중 고점 1131.9원)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추가 상승은 제한됐다. 1120원대 후반으로 낙폭을 줄인 원/달러 환율은 오전 중 다시 1130원선 위로 올라서는 듯 했다. 그러나 오름세가 꺾이며 오후 내내 1120원대 후반 범위에서 등락했다.

이날도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원/달러 환율의 상승 요인이 됐다. 지난 13일 중국 해관총서는 중국의 6월 대미 무역흑자가 전월보다 17.86% 늘어난 289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대미 무역흑자를 숫자로 확인한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무역분쟁을 지켜보는 시장의 긴장감이 재차 고조된 이유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2분기 GDP(국내총생산) 실적도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분기 성장률이 6.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분기 성장률로는 지난 2016년 3분기(6.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시장의 위험회피(리스크오프) 심리는 위안화 흐름에서 확인됐다. 달러당 6.67위안 수준까지 레벨을 낮췄던 역외(CNH) 위안화 환율은 한국시간으로 오전 11시쯤 6.72위안 위로 올라섰다. 위안/달러 환율의 상승은 위안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다는 뜻이다.

원화도 최근의 위안화 동조 흐름을 이어가면서 약세로 반응했다. 장중 원/달러 환율의 흐름은 위안화의 움직임을 쫓는 모습이었다. CNH 환율이 달러당 6.72위안대로 치솟자 원/달러 환율도 함께 상승하며 1130원선을 다시 돌파했다. 이후 위안/달러 환율이 상승폭을 반납하자 원/달러 환율도 1120원대 후반으로 수준을 낮췄다.

대기중이던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물량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언급도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을 제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원화 약세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원/달러 환율의 흐름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최근 3개월을 보면 원화의 흐름은 다른 나라 통화와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후 3시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6.27원 오른 100엔당 1004.40원이었다. 원/유로 환율은 1유로당 1321.16원으로 11.05원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