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6조 투자해 3년 뒤 '잭팟' 준비

정유·화학업계가 6조원 이상 규모의 석유화학 설비투자에 나선다. 늘어나는 석유화학 제품 수요를 흡수해 설비가 완공되는 3~4년 뒤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추후 공급 과잉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G화학, 3공장 신설..약 2조 투자


1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373,000원 ▼8,500 -2.23%)은 다음주 이사회를 열고 여수국가산업단지 내에 3공장 신설을 위한 투자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NCC(납사분해시설)를 비롯해 이 시설에서 생산된 에틸렌을 원료로 제작하는 PP(폴리프로필렌)와 PE(폴리에틸렌) 등 범용제품 생산시설을 3공장에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신규 투자금액을 약 2조원 안팎으로 추정한다.

이에 따라 올해 정유·화학업계에서 결정될 신규 설비투자 규모는 6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GS칼텍스는 지난 2월 2조원을 투입해 에틸렌과 PE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으며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 (100,400원 ▲300 +0.30%)과 함께 에틸렌을 필두로 한 올레핀 계열 생산 설비를 건설하기로 했다. 양사는 여기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에 LG화학이 2조원 안팎의 신규투자를 확정지으면 올해 결정된 업계 투자규모는 6조원을 훌쩍 넘긴다. 이 같은 규모의 투자가 업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된 전례는 없었다.

업계가 석유화학 설비 투자에 '올인'한 까닭은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 약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다.

NCC 등에서 생산된 에틸렌을 기반으로 만든 범용 화학제품 시장은 통상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성장세를 추종한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와 내년 글로벌 GDP가 매년 평균 3.9%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범용 화학제품의 주 소비처인 신흥시장의 2018년, 2019년 예상 성장률은 4.9%, 5.1%로 글로벌 성장률을 크게 웃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체별로 생산설비 완공 이후 시황에 대한 전망이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범용제품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정유 사업 기반의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에는 사업 다각화의 의미도 있다. 원유 정제를 통해 석유제품을 만드는 정유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통상 2~6%로 낮다. 하지만, 복잡한 화학 공정을 거친 석유화학 사업의 이익률은 시황이 좋으면 두자릿수를 훌쩍 넘긴다.

◇"3~4년 뒤 공급과잉 우려"

하지만, 일각에서는 3~4년 뒤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특히 북미지역에서는 ECC(에탄 분해시설) 증설이 이어지는데 여기서 생산된 에틸렌과 이를 기반으로 제조된 범용제품 공급 확대가 예견된 상태다.

신규 ECC 가동에 따른 북미지역 에틸렌 추가 공급물량은 올해 700만톤 수준으로 추정된다. 올해만 한국 에틸렌 전체 생산의 70%에 해당하는 물량이 북미지역에서 추가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과 유가 등 변수가 3~4년 뒤 시황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예단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며 "일단 업계가 추후 시황에 대한 낙관을 바탕으로 투자에 나선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