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대표 소송 도입…내후년 이사후보 추천도 추진

보건복지부가 17일 발표한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에는 연도별로 주주권 행사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로드맵이 포함됐다.

국민연금이 자본시장법상 임원의 선임과 해임 등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지분변동 수시공시와 단기매매차익 반환 등 기금운용상 제약을 받는다.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부터 우선 도입하고 경영참여 주주권에 대해선 제도적 여건을 만든 뒤 도입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배당 정책의 개선 여지가 없는 기업에 대해 필요시 직접 주주제안권을 행사한다. 예컨대 1년간 배당정책 수립을 요구한 A기업의 경우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어 기업명을 공개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 단계를 밟도록 했다.

합리적 배당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배당관련 주주활동 대상기업을 연 8~10개 수준으로 지금보다 2배 확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2014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배당관련 주주권 행사의 경우 경영참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결권 행사에 대한 사후공시를 사전공시로 바꾸고 주주대표 소송도 진행한다. 횡령이나 배임 등으로 기업에 손해를 끼친 경우, 형사 재판에서 손해액이 확정돼 승소 가능성이 높은 경우 등으로 소송 제기 요건을 구체화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이사가 횡령, 배임으로 기업에 손해를 끼친 경우 승소시 손해배상액은 주주에 귀속되지 않지만 장기적 주주가치에 반영돼 공익적 성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 중인데 이에 대한 시행근거와 기준을 명문화한다.

대한항공 사례처럼 예상치 못한 기업가치 훼손이 발생할 경우 기업과 대화(사안에 따라 비공개 대화) 등 주주활동을 이행하고 필요시 의결권행사와 연계할 수 있도록 했다.

내년부터는 주주권행사 기준이 되는 중점관리사안을 현재 배당에만 국한된 부분을 횡령, 배임, 부당지원행위, 경영진 사익 편취 행위, 과도한 임원 보수 한도, 지속적인 '반대' 의결권에도 개선이 없는 사안 등으로 확대했다.

비공개 대화 대상기업도 확대한다. △지분율 5% 이상 또는 국내 주식 전체 보유비중이 1% 이상인 기업(지난해 말 324개사) 중 중점관리사안에 해당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기업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지분율 조건과 무관하게 중대한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해외 주식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해당 기업과 사실관계 및 기업조치사항 확인, 개선대책 요구 등을 위한 이사회·경영진 면담, 비공개 서한 발송 등을 실시한다.

또 국민연금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이사회 구성과 운영, 이사 및 감사 선임 등에 대한 일반원칙을 마련한다. 국민연금 자금을 위탁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를 선정하고 평가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곳에 가점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내후년인 2020년에는 비공개 대화 후에도 요구 사항을 개선하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하고 기업명 공개와 공개서한 발송 등에 나선다. 이를 통해 기업 명성에 압박을 주고 다른 주주와 공감대를 형성, 간접적으로 기업 행동에 변화를 유인하겠다는 의도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제안과 의사 관철을 위한 의결권 위임장 대결 등은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제반 여건을 마련한 뒤 재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기업(이사회)이 이사 후보 추천을 요청한 경우는 내년 인력풀을 마련해 2020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