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참여 카드 없으면 기업 개선 유도하기 힘들 것"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주주권 행사가 경영 참여 수준까지 갈 수 있다는 압박을 느껴야 기업이 (국민연금의) 비공개 대화 요청에 성의를 표시할 것이다."(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한 동기와 권한이 부족해 보인다."(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공청회 패널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의 취지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실효성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국민연금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에는 주주제안을 통한 이사 및 감사 후보 추천을 비롯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제외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주주 가치 확대를 이끌 최후 수단으로 이사해임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주주권 행사를 하지 못하면 투명경영을 유도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의안분석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와 대한항공 사태는 재무적 리스크 때문에 발생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비공개로 대화하고 점진적으로 개선을 추구하면 (기업을) 압박할 수단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단계적으로 2020년부터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시행한다고 했지만 총선을 거치고 대선을 앞두면 또 흐지부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최경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경영참여로 볼 수 있는 주주권 행사시 빈번한 지분변동 공시, 단기매매차익 반환 의무 등 여러 제도적 걸림돌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라며 "제반 여건을 마련한 후 재검토하자는 실무진 의견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민경 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주제안이 빠진 것은 아쉽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기금을 위탁받은 자산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려는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나왔다.

정용건 연금행동집행위원장은 "대기업이 자산운용사의 주주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이해상충 문제가 있다"며 "자산운용사가 대부분 중소형 업체로 인원이나 역량도 부족해 제대로 의결권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황인학 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위탁운용사에 가점을 주면 국민연금을 그대로 베낄 것"이라며 "운용사의 여력이 부족한 만큼 당분간 장기적 관점에서 주주가치와 수익성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지침만 주고 맡기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기업의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우영 상장사협의회 전무는 "기업들도 스튜어드십 코드의 주주권 행사를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모든 제도는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지침이나 기준을 보면 기업들이 국민연금이 어떤 사안에 반대하고 찬성할지 판단하기가 모호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국민연금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7개 세부원칙의 이행방안을 담은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원칙'을 새로 마련하고 기존 규정과 지침을 개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주주권 행사를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신설, 연도별 주주권 행사 확대 계획을 담은 로드맵 마련, 횡령·배임 임원에 대한 주주대표 소송 도입, 위탁운용사에 의결권 위임, 배당 확대를 위한 기업과 비공개 대화 확대 등의 이행방안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이날 공청회 의견을 수렴해 오는 2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하반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를 심의·의결해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