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를 필요 없다"… 트럼프, 北비핵화 협상 '장기전' 공식화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의 비핵화까지 일괄타결한다는 속도 중심의 전략에서 장기전으로 협상을 끌고 가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미 CBS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을 방문 중인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북미정상회담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해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느냐'는 질문에 "수십 년 동안 (논의가) 계속돼 온 것이지만 난 정말 서두르지 않는다"며 "그러는 동안에도 막후에선 매우 긍정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린 지금 북한과 잘 지내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있다"면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를 빠르게 해결하겠다는 입장에서 단계적인 해결 방식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는 평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조리 중인) 칠면조를 서둘러 꺼내면 좋지 않다"며 대북 협상의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동안 미 정부 당국자들은 6·12북미정상회담 전까지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비핵화와 그에 따른 보상 제공은 '시간 벌기'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일괄타결'안을 주장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북미정상회담 이후 현실적으로 비핵화 협상을 단기간 내에 끝내긴 어렵다는 상황을 인지했고, 이제는 협상의 장기화를 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이달 6~7일 방북 일정에서도 미국 측이 비핵화 접근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 그 역시 "갈길이 멀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측과의 협상이 최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할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미정상회담 합의사항 가운데 하나인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문제와 관련해서도 "아직 진행과정 중에 있다"며 "복잡한 일이어서 그리 빨리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2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라. 2년 전 그들(북한)은 사방에서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쐈다"면서 "그러나 지난 9개월 동안엔 핵실험도 미사일 발사도 없었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멋진 편지도 받는 등 관계가 좋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