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고 찢어지고…상반기 손상화폐 2조원

습기로 인해 훼손된 은행권./사진제공=한국은행

#경남 밀양시에 사는 김모씨는 사무실 창고에 현금을 보관하던 중 화재로 불에 타고 남은 532만원을 은행에서 새 지폐로 교환했다. 울산에 사는 강모씨도 전세 계약금을 받아 집안 씽크대 밑에 보관하던 중 누수로 돈이 훼손돼 2945만원을 새 돈으로 바꿨다.

이처럼 사용자 부주의 등으로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된 화폐규모가 올 상반기 2조원으로 집계됐다. 손상화폐를 대체할 새로운 화폐를 만드는 데에 약 324억 원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재나 보관 부주의 등으로 손상돼 한은이 폐기한 손상화폐 금액은 2조214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2조616억원)보다 402억원(1.9%) 줄어든 것이다.

지폐(은행권) 3억장, 동전(주화) 2000만개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판정돼 폐기됐다. 금액으로는 각각 2조203억원, 11억2000만원에 해당한다.

권종별로 만원권이 1조5808억원 폐기돼 전체 지폐 폐기액의 78.2%를 차지했다. 이어 5만원권(2355억원), 1000원권(1221억원), 5천원권(819억원) 순이었다.


동전은 100원화가 전체 동전 폐기액의 43.7%인 4억9000만원 폐기됐다. 이어 500원화(4억4000만원), 10원화(1억3000만원), 50원화(6000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화재로 불에 탄 은행권./사진제공=한국은행

일반 국민들이 한은에서 교환된 손상 지폐는 10억2800만원으로 전기(11억 6200만원)보다 11.5% 줄었다. 교환건수는 전기(2231건) 대비 10.7% 증가한 2470건으로 집계됐다. 권종별 교환액은 △5만원권 7억9100만원 △만원권 2억1700만원 △1000원권 1200만원 △5000원권 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폐가 손상된 사유는 장판 밑에 보관해 눌리거나 습기에 의한 경우가 1076건(5억4700만원)으로 절반이 넘었다. 이 밖에 불에 탄 경우가 590건(3억5200만원) 칼질 등에 의해 조각난 경우가 408건(5000만원), 기름 등에 의해 오염된 경우가 78건(1300만원)으로 조사됐다.

일부 화폐는 손상범위가 커서 액면가로 완전히 교환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지폐 앞뒷면을 모두 갖춘 은행권의 75% 이상이 남아 있으면 액면가 전액, 40% 이상 75% 미만이면 액면가의 절반을 교환받을 수 있다. 그러나 40% 미만이면 무효 처리돼 교환이 불가능하다.

올해 상반기 한은에 교환 의뢰된 화폐 액면 총액 10억8100만원 중 반액 또는 무효 판정으로 액면가로 교환받지 못한 금액은 53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한은 관계자는 "손상사유 중 화폐보관 방법이 적절하지 않거나 취급상 부주의 등에 의해 손상된 경우가 교환건수 기준 전체의 76.1%에 달하고 있다"며 "일부 국민의 화폐사용 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