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하반기 채용 지난해와 같은 6천명 수준 유지한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단국대 사대부고에서 치러진 삼성 대졸 신입공채 직무적성검사(GSAT)를 마친 취업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삼성이 다음 주부터 삼성SDS 채용설명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계열사별 채용 준비에 돌입한 가운데 올 하반기 채용 규모는 일단 지난해와 비슷한 6000명 내외를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 부회장이 최근 인도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것을 계기로 삼성이 채용 규모를 다소 확대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재계 일각에서 나온다.

삼성이 채용을 늘릴 경우 4대 그룹 등 나머지 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들은 최근 올해 하반기 구체적인 채용 규모를 일제히 취합하고 잠정 확정했다. 대체로 지난해와 동일하나, 일부 계열사의 경우 소폭 줄었다.

삼성은 통상적으로 지난해 만든 경영계획을 중심으로 인력충원 계획을 세운다. 특정 사업부에 신사업이 추가될 경우 늘려 뽑는 방식이다.

삼성은 상·하반기에 걸쳐 대졸(3급)과 전문대졸(4급), 고졸(5급) 등을 통틀어 1만여 명을 뽑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23일)를 시작으로, 삼성디스플레이(9월 서울대 공대) 등 채용설명회를 진행하며, 삼성전자는 8월 말이나 9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채용설명회를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실제 수요와 공급을 반영해 한창 인력수급 계획을 짜고 있다"며 "아직 몇 퍼센트를 얼마나 더 뽑으라고 내려온 미션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10.5%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나 상승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찍은 만큼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하반기 채용 규모를 확대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이달 초 문 대통령을 만나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에 비춰봤을 때 채용 규모를 어느 정도 늘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전체 채용인력을 전년 대비 28% 늘린 2만여 명으로 확정한 바 있다. 앞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과 간담회 이후에는 전자계열사의 생산직 인력 채용 규모를 2000명 확대한 7000여 명을 뽑았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번에 채용 규모를 전격 확대했을 경우 지나치게 정부에 화답하는 모양새로 비칠 것을 우려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채용을 크게 늘리더라도 일종의 '보여주기식'의 발표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 계열사들은 표면적으로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직무적성검사(GSAT)가 9월 중순에 치러지는 것을 감안했을 때 채용 가이드라인은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삼성이 채용을 늘린다고 가정했을 경우 4대 그룹도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8월말이나 9월초 하반기 채용을 시작할 예정인 현대차 (250,000원 ▼2,500 -0.99%)는 예년 수준(1만명)으로 뽑는다는 방침이다.

비슷한 시기에 채용하는 SK (161,300원 ▼700 -0.43%)는 이미 올해 상·하반기 8500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LG (77,900원 ▼1,200 -1.52%)도 8~9월에 하반기 채용을 시작할 예정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취업시장의 가장 큰 손인 삼성이 채용을 늘릴 경우 4대 그룹 등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일단 삼성 안팎을 둘러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