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받으려면 AI에 잘보여야…쇼핑기록·성별까지 심사 반영

중국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의 계열 '세서미 신용관리'의 홈페이지 갈무리.

인공지능(AI)을 통한 대출 심사가 전 세계 금융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공식적인 평가 기준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AI가 고객의 금융패턴을 분석해 신용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심지어 쇼핑 기록이나 성별까지 심사에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대출 심사에 AI를 적용한 대표적 사례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알리바바 그룹 계열 '세서미(芝麻) 신용관리'는 개인정보 공개와 당사자의 교우 관계, 자금 상환 능력, 신용도, 행동 특성 등 5가지 관점에서 데이터를 분석한다. 개인의 신용도를 350~950점 사이에서 평가하며 점수가 높을수록 저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


평가 세부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알리바바의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이용해 자주 쇼핑한 기록이 있거나 신용도가 높은 사람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교류하면 평가 점수가 올라간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반면 공유 자전거를 제때 반환하지 않은 기록이 있으면 자금 상환이 늦어졌다는 이유로 점수 하락 요인이 된다.

세서미의 AI 심사는 대출 외에도 렌터카 및 호텔 숙박 보증금 등에서 우대 서비스를 제공한다. 750점 이상이면 룩셈부르크 비자를 취득할 수도 있다.

AI를 통한 대출 심사 서비스는 2010년 미국에서 본격 시작됐다. P2P 대출업체 '렌딩클럽'이나 온라인 대출 플랫폼 '캐비지' 등이 주요 은행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했으며 최근엔 아프리카 등지에서 은행 계좌 없이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선 2016년 미즈호은행과 소프트뱅크가 공동 출자한 서비스 'J스코어'가 AI를 통한 대출 심사를 시작했다.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수익과 취미, 성격 등 총 160개 문항에 답변하면 1000점 만점에 600점 이상을 획득한 사람을 대상으로 대출이 진행된다. 점수에 따라 금리와 대출 가능 금액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신문은 J스코어를 이용해본 결과 주택을 임대하고 있을 때보다 소유하고 있을 때 점수가 급등했다고 전했다. 집 주소가 소득계층이 높은 사람들이 밀집한 지역일 경우 점수는 더 오른다.

성별도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신문에 따르면 같은 조건에 성별을 '여성'으로 했을 때 7점이 깎였다. 대출 금리도 오르고 한도액도 줄었다. 다만 결혼 여부와 취업 상황, 자녀 유무 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