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피의자 절반이상 수갑 채운채 조사…인권침해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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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조사할 때 수갑이나 포승줄로 결박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거듭 강조했다.

피의자가 결박당한 채 수사기관의 조사에 임하는 것은 자기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시정조치를 여러 차례 권고했지만, 여전히 '결박 조사'가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경찰청장에게 피의자 조사 시 수갑 등 장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인권위는 형사사건 피의자를 수갑과 포승줄로 결박한 뒤 조사하는 것은 피의자의 심리를 위축시켜 자기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주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하지만 인권위가 지난해 3월부터 한달 동안 전국 6개 수용시설에 구속된 수용자(살인·강간·마약사범 등 강력범죄 혐의자 제외) 15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면담조사에 따르면 피의자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수갑과 포승줄에 결박된 채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150명의 피의자 중 수갑이나 포승이 채워진 상태로 조사를 받았다고 답한 사람은 Δ경찰조사 85명(56.7%), 검찰조사 114명(76%)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 Δ수갑만 사용한 경우 경찰 63명(74.1%), 검찰 28명(24.8%) Δ포승만 사용한 경우 경찰 1명(1.2%) 검찰 1명(0.9%) Δ수갑과 포승을 같이 사용한 경우 경찰 21명(24.7%), 검찰 84명(74.3%)으로 파악됐다. 손목뿐 아니라 몸 자체가 모두 결박당한 경우가 가장 많은 셈이다.

반면 '수갑이나 포승을 풀어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한 경우는 Δ경찰 묵살 63명(74.1%) Δ검사 거부 16명(14.3%) Δ교도관 거부 4명(3.6%)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피의자는 몸이 결박된 채 조사를 받는 경우 Δ조서를 읽을 때나 서명할 때 불편함(경찰 44.1%, 검찰 42.8%) Δ심리적으로 위축돼 진술하기 힘들었음(경찰 27.9%, 검찰 29.9%) Δ팔이나 어깨에 통증이 생겼음(경찰 22.8%, 검찰 23.9%) 등을 호소했다.

결박이 불편하거나 부당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경찰 5.1%, 검찰 3.5%에 그쳤다.

인권위는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도주, 폭행, 소요, 자해할 위험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의자의 자기 방어권을 위해 계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몸을 결박한 채 조사하는 것은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의자를 수갑과 포승으로 결박한 채 조사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박을 풀어달라고 요구하더라도 이를 들어준 경우는 경찰 1.2%, 검찰 5%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특히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경찰관이 공무수행 중 수갑이나 포승 등 경찰 장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검찰에는 근거 법률이 없다"며 "구체적인 근거법과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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