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통위원 "통화정책 수립시 금융안정 고려해야"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 17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융안정의 중요성'이란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18일 "가계부채와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 등이 금융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며 "통화정책 수립시 금융안정 이슈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 17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통화정책 결정시 기본적으로 경기와 물가 등 거시경제 상황을 바탕으로 판단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안정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뒀지만 신용이 확대돼 레버리지가 증가했다"며 "이는 금융불균형을 누적시키는 문제를 야기했고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추진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금융위기 이후 완화정책으로 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달하고 있고 최근에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한미간 금리역전으로 자본유출 가능성이 더해져 금융안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고 위원은 금융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가계부채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을 꼽았다.


고 위원은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시에 금융불균형 누적 문제에 중앙은행이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며 "당시 금리인상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그널 효과 내지는 심리적 효과로 가계부채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가계소득 증가를 넘어서는 가계부채 증가가 계속되고 있고 이미 그 규모도 높은 수준"이라며 "앞으로 가계부채 움직임에 대해 밀착 점검하고 금융안정을 좀 더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아티프 미안과 아미르 수피 교수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대공황과 대침체 기간 직전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이것이 은행위기로 발전했다"고 부연했다.

또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대외신인도 등을 바탕으로 다른 신흥국들과는 차별화될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지만 정책금리가 역전되더라도 대규모 자본유출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 내외금리차가 자본유출입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연준이 올해와 내년 중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시장금리 역전이 장기화되거나 역전폭이 커질 수 있다"며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글로벌 무역분쟁이 신흥국 금융불안을 초래하고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하되, 통화정책으로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고 위원은 "앞으로 경기와 물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금융안정 이슈에 대한 점검을 지속해야 한다"면서 "상황에 맞는 '데이터에 기반한'(data-dependent)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