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최종구..위기관리 호평, 혁신완성은 숙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7월19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금융당국의 수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9일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금융위원회 안으로는 '조직을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금융권의 평가는 일부 엇갈린다.

가계부채나 가상통화 이슈에서 보여준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후한 평가가 많지만 금융혁신과 관련해 구체적인 성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다수 나온다. '최종구표 혁신'을 완성하는 것이 취임 2년 차에 접어든 최 위원장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가계부채 안정화 등 위기관리 능력 탁월= 최 위원장이 후한 평가를 받는 부분은 위기관리 능력이다. 여러 금융권 관계자는 "문제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발생하는 곳이 금융산업"이라며 "최 위원장이 시의적절하게 대응책을 내놓은 경우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최 위원장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기요인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두자릿수에서 한자릿수로 낮추며 안정화했다. 신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등의 연착륙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6년 11.6%에서 지난해 8.1%, 올해 1분기 8.0%로 둔화됐다.

'김치 프리미엄' 논란까지 불거지며 광풍이 불었던 가상통화 시장은 은행을 통한 가상통화 거래실명제로 큰 탈 없이 진정시켰다. 유입되는 돈줄을 틀어막자 시장은 금세 안정됐다. STX조선, 금호타이어, 한국GM 등의 구조조정 이슈는 고통분담 등의 원칙을 지키는 동시에 산업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고려한 방안으로 일자리를 다수 지켜냈다.


◇규제완화 등 성과 부족..'재벌이슈엔 소극적' 지적도= 규제 완화 등 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와 관련해선 '아쉽다'는 금융업계의 목소리가 크다. 최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 입법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성과가 미진한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활용, 핀테크 산업 육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최 위원장은 최근 은산분리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한 국회를 직접 찾아 규제 완화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최 위원장이 금융개혁에 소극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건희 삼성 회장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불가 입장을 고수하다가 법제처에서 이를 뒤집는 유권해석을 내리자 입장을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재조사를 추진키로 한 '키코(KIKO)사건'과 관련, 최 위원장이 재조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온 데 대해 "엇박자 입장을 버리고 금융개혁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 위원장은 취임 1주년 당일 고용·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된 전남 목포시 일대를 찾아 금융현장 간담회를 개최한다.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취임 1주년'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기존처럼 업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 위원장은 지난 1년간 금융위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금융산업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앞장서 왔다"며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최 위원장이 어떤 노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