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택배 시장 진출 추진…자회사로 '로켓배송' 이전

/사진=머니투데이 DB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3자 물류(택배) 시장에 뛰어든다. 내년부터 주 52시간을 지켜야 하는 자사 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5월 설립한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기반으로 택배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현재 로켓배송 물류 담당자 등 본사 내 물류 관련 인력을 CLS로 이동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기존 물류 시스템 개선과 3자 물류 구축을 위한 물류 전문가의 컨설팅도 함께 진행 중이다.

대법원인터넷등기소에 따르면 CLS의 법인 설립 목적은 화물운송업과 물류 시설운영업, 택배업 등이다. 이로 인해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만 배송이 가능한 로켓배송과 달리 직매입 상품 외 위탁 상품까지 배송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올해 들어 공격적으로 물류 센터를 확대하고, CLS를 설립한 건 택배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며 "올 하반기 개시를 목표로 통합 작업과 이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이 택배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는 주 52시간 근무 개정안 때문이다.


쿠팡의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은 도소매 판매물류업으로 분류된다. 업무 형태는 비슷하지만 특례 업종인 기타 운송 관련 서비스업과 달리 주 52시간 개정안이 적용된다.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업종 특성을 고려해 적용 기간을 1년 유예했지만 내년 7월 1일부터는 주 52시간이 시행된다.

현재 로켓배송에 종사하는 쿠팡맨은 주 5일, 하루 12시간(오전 8시~오후 8시) 근무하고 있다. 개정안 기준(주 52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력을 늘려야 하지만 대규모 적자 행진 중인 쿠팡에게는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3자 물류 사업을 본격화하면 그동안 직매입 상품만 배송이 가능했던 로켓배송과 달리 오픈마켓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물품까지 보관, 배송할 수 있다"며 "GFS와의 시너지 효과도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택배 시장 진출의 걸림돌인 영업용 화물차 문제도 해결됐다. 허가제로 14년 동안 동결됐던 영업용 화물차의 번호판을 직영 전기차에 신규 공급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쿠팡이 운영 중인 화물차가 2500대 정도인 것으로 안다"며 "지금 당장 쿠팡의 모든 택배 차량을 전기 화물차로 전환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본격적인 전기 화물차 양산이 진행된다면 변경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회사인 CLS가 본사 내 로켓배송 인력을 고용 승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사간 갈등은 걸림돌이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관계자는 "인력을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아직 본사와 단체 협약도 맺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대답하긴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3600명에 달한 쿠팡맨은 현재 2800명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CLS와 택배 시장 진출과 관련해 "특허청에 출원된 상표나 서비스는 확정되지 않아 서비스 진행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