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미흡' 재벌개혁 과제, 제도 개선에 집중"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9일 전남 해남에 위치한 한 조선업체를 방문해 목포지역 조선기자재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뉴스1

취임 1주년을 맞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과제와 관련해 징벌적 조치보다는 시스템 보완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과제는 1년간 가장 미흡했다고 지적받은 부문이다.


취임 2년차 중점 과제로는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 등 금융분야 규제 완화를 꼽았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부담 경감 방안으로는 카드 의무수납제 제도 완화 및 폐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최 위원장은 19일 전남 목포시 일대에서 열린 금융현장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과제를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며 "이해관계자의 이해상충을 방지하고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그동안 재벌기업은 총수일가, 주주, 근로자, 소비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이해가 균형을 이루지 않고 총수일가에 치우쳤다"며 "일부 총수일가는 예금자나 보험가입자의 돈을 가지고 계열사를 확장하거나 지배권을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당국이 자산 편중 리스크를 해소하라며 자발적인 매각을 요구하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문제를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다만 최 위원장은 명백한 법령 위반이 아닌 사안에 대해선 제재 등 즉각적인 조치보다는 폐단이 일어날 소지를 제거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제도 개선의 예로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 셰도보팅 폐지 등을 소개했다. 최 위원장은 "정부의 제도 개선 못지않게 대기업 스스로도 불합리한 행태를 스스로 고쳐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하반기 중점 과제로는 금융분야 규제완화를 꼽았다. 최 위원장은 "지난 1년간 집중한 가계부채 문제, 가상통화 문제는 일부 효과가 있었으나 4차산업혁명에 대응해 혁신산업의 출현을 지원하는 것은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며 "최근 정치권에서 몇 가지 법안과 관련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지는 만큼 법안 마련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에선 인터넷전문은행 대상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가 시작됐다.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소상공인 지원 방안과 관련해서는 '앱투앱' 결제 활성화 등 대체 결제수단 도입을 추진하고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제도 완화 및 폐지도 전문가 등과 논의해 검토하기로 했다. 최 위원장은 "비용절감식 접근은 필요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자영업자들이 지속가능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최근 파업을 결의한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에 대해선 "쟁의행위 결정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노조가 함께 고통을 분담한 채권단, 주주 등의 노력을 무산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이끄는 금감원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금감원과 금융위의 갈등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결국은 한식구"라며 "과제 추진과 관련된 여러 의견 중 금감원의 의견을 더 큰 비중으로 감안해 이견을 조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부산에 이어 이날 전남 목포시 일대를 찾아 현장간담회를 열고 조선사, 조선기자재업체, 청년창업인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