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 중기부 "위상 높아졌지만…지원부처 머물러"

중소벤처기업부 현판

"정부부처로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몇 년 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를 보는 시각은 2가지로 정리된다. 아직까지 “아마추어”라는 혹평이 있는 반면 “첫술에 배부르랴”며 다독이는 쪽도 있다. 모두 기대가 전제된 반응이다.

확실한 것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조직에서 21년 만에 부(部)로 승격되며 위상이 한 단계 상승했다는 점이다. 장관이 국무회의에 참석해 목소리를 내게 됐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제도를 바로잡을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첫해 10조8000억원의 예산을 주물렀다. 국회에서는 상임위원회 명칭에 중기부가 포함됐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싱가포르 국빈방문 때는 홍종학 장관이 수행단을 이끌기도 했다. ‘더불어 잘 사는 경제’를 국정지표로 삼은 현 정부의 남은 임기까지 고려하면 중기부의 위상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오는 26일이면 중기부는 출범한 지 만 1년이 된다. 장관 지명이 지연되면서 4개월간 장관 없이 항해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일부 조직을 가져오면서 조직규모를 키웠다.

【싱가포르=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리센룽(Lee Hsien Loong) 총리가 12일(현지시각) 싱가포르 대통령궁(이스타나, Istana)에서 양국간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한국-싱가포르 중소기업 혁신 및 스타트업 협력 약정(MOU) 서명식에 임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리센룽 총리,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기술탈취·벤처생태계 변화 시도 '긍정적'=중기부 출범과 홍 장관 취임 후 가장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한 분야는 대기업의 기술탈취와 벤처생태계다.


실제 중기부가 참여한 굵직한 대책들이 대부분 이 분야에서 나왔다. 3년간 10조원 규모의 혁신모험펀드 조성과 사내 분사창업 활성화, 벤처확인제도 개편,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과 엔젤투자 세금감면 등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지난해 11월)과 기술자료를 원천적으로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고 기술탈취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10배로 강화하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2월) 등은 중소벤처기업의 종합선물세트 수준으로 마련됐다.

내부적으론 그동안 운영한 정책들을 외부의 시각에서 재점검하려는 시도가 눈길을 끈다. 지난 1월 만들어진 조직혁신TF(태스크포스)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창조경제혁신센터, 팁스(TIPS·민간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등을 진단했다. 특히 그동안 ‘눈먼 돈’이란 오명을 씌운 정책자금 브로커업체 14곳을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성과도 거뒀다.

홍종학 종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소상공인연합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관련 간담회를 갖고 있다.

◇'최저임금' 초기진화 실패…지원부처 한계=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목적으로 한 중기부 입장에선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최저임금 인상 반발은 가장 불편한 대목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되자 소상공인연합회를 중심으로 ‘모라토리엄’(지급불이행)까지 선언했다. 노무현정부 시절 신용카드 매출 공제확대를 요구하며 벌인 ‘솥단지 시위’가 재연될 판이다.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흘러나오는 중기부지만 마냥 이들의 주장을 수용할 수도 없는 처지다. 일자리 중심 소득주도성장의 핵심부처인 중기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에 반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홍 장관이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강하게 언급하지 못하는 이유다.

일각에선 1만원 공약으로 이미 두자릿수 상승이 예견됐음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날짜가 정해진 최저임금위원회의 마지막 회의를 앞두고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책을 준비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홍 장관이 임기 초반 일자리안정자금 홍보를 위해 3일에 한 번꼴로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한 것을 두고도 전략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한 중소기업단체 관계자는 “지금은 현장을 다닐 때가 아니라 타 부처 장관이나 기관장을 만나 설득하고 결과물을 얻어야 할 때”라며 “권한은 별로 없고 지원기능만 있는 중기부의 한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