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고래싸움에 韓 같은 개방경제국 피해"-WSJ

머니투데이

김영선 기자

임종철 디자이너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인한 '진짜' 피해자는 한국을 비롯한 작은 나라들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무역 갈등에서 최대 피해자는 (미국, 중국과 같은) '빅 플레이어'가 아니라 중간에 낀 규모가 작은 개방경제 국가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제품을 생산하기 전에 다른 나라에서 부품과 원자재를 수입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연관돼 있다는 점"이라며 "보호주의 기조가 강해지면서 수요가 줄고 수입 가격이 올라 이들이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글로벌 자산운용사 픽텟이 세계무역기구(WTO)의 통계를 토대로 분석한 '무역 분쟁에 대한 취약성' 정도에서 대만과 헝가리, 체코가 1위를 차지했고 싱가포르와 한국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나라 수출품 중 60~70%가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받을 정도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노출도가 높다는 진단이다.

이런 관측은 증시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 코스피지수는 올들어 7.5% 떨어졌고 싱가포르의 스트레이츠타임스지수와 헝가리의 BUX지수도 각각 3.7%, 10.8% 빠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무역 거래가 위축된 2009년 헝가리와 체코의 경제생산은 각각 6.6%, 4.8% 감소했고 대만은 수십년 만에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었다.

반면 갈등의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의 경우 어느 정도 피해는 있겠지만, 자국 안에서 부품과 원자재 조달이 가능하고 내수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무역 위축에 따른 피해가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WSJ는 예상했다.

런던 소재 싱크탱크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의 거시경제 담당자 애밋 카라는 "(경제 규모가) 작고 무역 의존도가 높은 개방형일 경우 (무역 갈등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