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주가 7%↓…"D램 이젠 원가경쟁력 싸움"

반도체 D램 가격이 최근 본격적인 약세 조짐을 보이면서 그동안 대호황을 누려왔던 반도체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년간 지속됐던 '슈퍼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를 조짐을 보이면서 시장 내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물가격 7달러대 진입..최고가 대비 18% 하락

23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DDR4 8Gb (1G*8) 2133/2400 MHz) 현물가격은 이날 오전 기준 7.933달러를 기록, 지난 주말보다 0.017달러 하락했다. D램 가격은 올해 최고가 대비 17.8% 하락했다.

올해 초 9.592달러로 출발했던 D램 현물가격은 1월 중순 9.65달러까지 상승했고 4월 중순까지 9달러대를 유지했다. 이후 8달러대에서 거래됐던 D램 가격은 이달 18일 7.979달러를 기록하며 7달러대로 떨어졌고, 지난 주말인 20일 7.9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현물가격은 도·소매 업체가 수요업체들과 반도체를 거래할 때 책정하는 가격이다. 3개월 단위로 가격을 책정하는 고정거래가격보다 시황을 빠르게 반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D램 고정거래가격(DDR4_8Gb_1Gx8_2133MHz, PC향 범용제품 기준)은 지난 6월 말 기준 8.19달러로 4월 이후 3개월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 12월 말 4.19달러였던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말 7.5달러로 오르는 등 최근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다.

시장은 8월 초 발표될 고정거래가격(7월말 기준)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오랜 기간 지속됐던 가격 상승 행진이 멈춰 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D램 현물가격이 반드시 고정거래가격을 선행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을 신속하게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며 "(고정거래가격도) 큰 틀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반도체 업계는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중 D램 고정거래가격이 본격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를 중심으로 D램 공급을 늘리는데다 다른 반도체 업체들도 D램 증설에 나서면서 그동안 타이트했던 공급 상황이 해소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올해 말 정도로 예상했던 D램 가격 하락 시점이 좀 빨라졌을 수도 있다"며 "시장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D램 시장이 구조적 공급 제한과 수요성장 속 안정적 업황이 유지되고 있지만, 하반기 중 업황 둔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D램 공급초과율이 올해 4분기 100%를 기록한 후 시장 내 공급 부족은 뚜렷이 완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젠 원가경쟁력 싸움..선두업체 유리"

반도체 업계는 이같은 D램 가격 하락이 선두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 제품 가격 하락이 반드시 실적 악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반도체 역사상 제품 가격은 계속 떨어져 왔고, 그게 정상적인 상황"이라며 "앞으로 관건은 업체간 원가 경쟁력의 차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기업의 원가 절감 속도와 시장가격 하락 속도의 차이를 주목해야 하는데, 원가 경쟁력이 높은 기업일수록 가격 하락 충격을 덜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관계자는 "D램 가격 하락 시 고객의 구매 여력이 높아져 주문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며 "원가를 낮춰 적절한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오히려 선두업체에게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서버 수요의 폭발적 증가세가 지속 중이고 최근 PC 수요도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근거로 양호한 D램 가격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내년 이후 D램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출하량 증가와 비용 절감을 감안한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아 D램 업체들의 이익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는 전날보다 950원(2.00%) 하락한 4만6500원에, SK하이닉스 (173,300원 ▼9,000 -4.94%)는 6200원(7.05%) 내린 8만1700원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