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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ICO 금지해도 피해 계속 …이대로 괜찮을까

[ICO 손놓은 정부, 줄잇는 피해](종합)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입력 : 2018.07.24 04:30|조회 : 11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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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부가 ICO(가상통화공개)를 전면 금지하고 있지만 ICO를 빙자한 사기는 그치지 않고 있다. 정부의 금지 조치가 ‘선언’에만 그칠 뿐 사실상 아무런 규제도 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선 ICO 규제를 마련하는 순간 가상통화를 합법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ICO,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
임종철 디자인기자
임종철 디자인기자




정부는 ICO 전면 규제라는데 계속되는 투자자 피해


[ICO 손놓은 정부, 줄잇는 피해]<1> 실효성 있는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해야

#울릉도 앞바다에서 ‘150조원의 보물선’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신일그룹. 러일전쟁에 참전했던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에 150조원어치의 금화와 금괴가 들어있다며 이를 담보로 가상통화 신일골드코인을 발행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이미 12만명의 투자자를 모집했다고 한다. 가상통화의 기본 구조를 설명하는 백서(사업계획서)도 공개하지 않은 채 보물선을 내세워 돈부터 끌어모았다.

#지난달 초 2만여 명을 상대로 100억원대 가상통화 투자 사기행각을 벌인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 각지와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가상통화로 수당을 지급하고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 2만여 명을 속여 총 109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MT리포트]ICO 금지해도 피해 계속 …이대로 괜찮을까

ICO를 빙자한 사기 행각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IT(정보기술)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현재까지 255개의 가상통화가 시장에서 추방됐거나 사기로 판명됐고 다른 가상통화를 모방했거나 해킹당한 가상통화도 820여종에 달한다고 밝혔다. 1000여종이 넘는 가상통화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적으로 거래사이트에 상장된 가상통화가 1600여 종임을 감안하면 절반 가량이 실패작이다. 테크크런치는 지난해에만 10억달러(약 1조1155억원) 규모의 ICO 프로젝트가 실패했거나 사기로 판명됐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월 1450개의 ICO를 조사한 결과 18%인 271개가 가짜, 타 프로젝트 백서 표절, 수익 보장 등 사기적 ICO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5000만달러 이상의 ICO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2%가 사기이거나 상장 실패 등 결과가 부정적이었다는 발표(미국 가상통화 전문 자문기관 ‘사티스 그룹’)도 있다. 가치가 1센트 미만으로 떨어져 사장됐다고 판단되는 가상통화를 올리는 웹사이트인 데드코인스에는 이미 800개가 넘는 가상통화 리스트가 올라와 있다.

그럼에도 전세계 ICO는 급증 추세다. ICO 정보업체 코인스케줄에 따르면 ICO로 조달한 자금은 2014년 2600만 달러에서 2017년 38억 달러로 급증했고 올해는 5월까지 94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가상통화를 일확천금의 기회로 보는 눈 먼 돈이 많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ICO 금지 조치는 당연하게 보인다. ICO 전면 금지는 중국 외엔 한국이 유일하다. 문제는 정부가 제대로 된 규제와 이에 따른 처벌 없이 ICO를 금지한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어 ICO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외에 법인을 세워 ICO를 진행하거나 신일그룹과 같은 일부 업체들은 ICO와 유사한 자금조달 행위를 버젓이 하고 있다.

ICO가 금지돼 있지만 ICO 투자가 금지된 것은 아닌 셈이다. 이 때문에 ICO를 선언적으로 금지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선량한 피해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ICO는 기존의 증권규제를 회피해 비규제 영역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고안된 자금조달 수단의 성격이 강하다”며 “다수의 일반투자자들 대상으로 투자를 권유하고 다수의 사기적 ICO가 발견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적절한 규제가 뒤따르지 않으면 대규모 투자피해를 유발할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고민은 규제 자체가 허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ICO에 대한 정부 입장은 전면 금지에서 한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국내 가상통화 시장의 거래 과잉과 투기적 요소들로 인해 현시점에서 ICO를 허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가상통화에 대한 정의와 규제, 법규가 마련된 후 ICO 허용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ICO를 규제한다는 것은 일부 허용을 전제하는 것인 만큼 규제 샌드박스 등 점진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ICO는 가상통화 규제와 거래사이트 기준안이 마련된 뒤 마지막 단계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학주 기자



해외서 진행한 ICO도 현행 법 위반 소지


[ICO 손놓은 정부, 줄잇는 피해]<2>자본시장법, 유사수신행위, 외환거래법 등으로 규제 가능

정부는 가상통화(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고조되던 지난해 9월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태스크포스)를 통해 “기술, 용어 등에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ICO(가상통화공개)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는 선언일 뿐 법적 근거가 없다. 유사수신 행위로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유야무야됐다.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 자체를 차단한다는 비판, 국제적으로 ICO 전면 금지는 중국과 한국뿐이라는 지적,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ICO 규제가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ICO를 금지한다고 밝힌 뒤 ‘관망’으로 돌아섰다.

[MT리포트]ICO 금지해도 피해 계속 …이대로 괜찮을까

법적 근거는 없지만 정부의 ICO 금지 선언 이후 국내에서 ICO를 시도한 경우는 없다.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통화를 개발하는 국내 기업들은 스위스, 싱가포르, 홍콩 등 해외에 법인이나 재단을 세워 ICO를 진행한다. 해외에 법인이 있는 만큼 국내 금융당국의 금지 조치와 상관 없고 ICO는 통상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로 자금을 모집하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이 참여해도 외국환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진행한 ICO 역시 국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ICO 과정에서 발행한 가상통화가 자본시장법의 규제 대상인 금융투자상품이라면 해외 ICO도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 된다.

자본시장법 3조에 따르면 금융투자상품은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으로 현재 또는 장래의 특정 시점에 금전 등을 지급하기로 약정해 취득하는 권리’로 투자계약을 전제하고 있다. 해외 ICO를 진행한 대다수 국내 기업들도 투자계약을 수반한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가상통화업계 한 전문가는 “해외 ICO를 추진 중이거나 진행한 국내 기업 중 70~80%가량이 증권형 코인으로 분류되는 가상통화를 발행했다”며 “증권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는 코인을 발행했다면 자본시장법에서 제시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통상 ICO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가상통화를 투자받아 새로 발행된 가상통화를 지급하지만 이 가상통화를 국내 거래사이트에서 환전하는 경우 외국환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다. 외국환거래법상 금지되는 ‘환치기’(통화가 서로 다른 나라에서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간에 이뤄지는 불법 외환거래)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ICO에 참여하면서 원금 보장 약정이나 출자금 반환 약정 등을 하게 되면 유사수신행위로 처벌될 수도 있다.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ICO 업체가 백서(사업계획서)를 통해 과도한 기대 수익을 보장하거나 기술 자체가 구현 불가능함에도 가능한 것처럼 투자자를 오인하도록 했다면 사기죄도 성립될 수 있다.

ICO를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지만 현행 법으로도 국내는 물론 해외 ICO에 대해 절차를 문제 삼아 처벌할 근거는 충분하다. 하지만 정부는 현행 법 내에서 가능한 처벌을 집행하기 위한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

송학주 기자



수백~수천억 모은 토종 ICO 기업들, 지금은?


[ICO 손놓은 정부, 줄잇는 피해]<3>가상통화는 거래되지만 본격적인 서비스는 아직

ICO(가상통화공개)가 새로운 자금조달 방법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기업들도 지난해 보스코인(Boscoin), 아이콘(ICON), 에이치닥(Hdac), 메디토큰(MED) 등 토종코인을 발행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하지만 ICO 이후 1년여가 다 돼 가도록 구체적인 서비스를 내놓은 곳은 없다.

[MT리포트]ICO 금지해도 피해 계속 …이대로 괜찮을까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ICO에 성공한 가상통화는 보스코인이다. 최초 발행량은 5억개로 ICO 시작 9분 만에 약 157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아 화제가 됐다. 이후 지난해 10월 보스코인의 블록체인이 열려 첫 블록이 생성됐고 이 시점부터 투자자들은 보스코인을 지급받게 됐다.

보스코인은 국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에는 상장되지 않았지만 홍콩의 쿠코인(Kucoin)과 영국의 힛빗(HitBTC)에는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가상통화 정보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보스코인은 올 1월 중순 7.06달러(약 7992원)까지 올랐다가 23일 오후 3시 기준 0.09달러(약 91원)에 거래되고 있다. 보스코인 개발업체인 블록체인OS는 가상통화 플랫폼을 목표로 올 4분기에 메인넷(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데일리인텔리전스의 자회사인 더루프가 개발한 아이콘은 국내 거래사이트 빗썸과 업비트 등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더루프는 정부가 ICO를 금지하기 전인 지난해 8월 ICO를 진행해 15만 이더리움(당시 약 1000억원)를 투자받았다. 개당 100원에 ICO를 진행했지만 올 1월 초 최고 1만3000원까지 오를 정도로 성공한 가상통화 중 하나다. 23일 오후 3시 현재 빗썸에서 2102원에 거래되고 있다.

아이콘은 3세대 블록체인 기술인 ‘루프체인’을 통해 각 영역의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퍼블릭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거대한 블록체인을 구성하는데 사용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아직 아이콘을 이용해 블록체인이 연결된 사례는 없다. 현재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에서 생산되는 코인간 교환만 지원이 가능하다.

더루프 관계자는 “아이콘 생태계 참여자들을 늘리기 위해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는 디앱(Dapp:분산화 앱으로 블록체인에 얹는 응용프로그램)발굴에 힘쓰고 있다”며 “토큰을 활용하는 경제가 확장될수록 각 기업의 독립적인 블록체인을 연결해주는 서비스에 대한 필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BS&C가 발행한 에이치닥은 지난해 말 ICO로 총 2억5800만달러(약 2919억원)의 자금을 유치해 토종 가상통화 중 가장 많은 자금을 모았다. 에이치닥은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사물간 통신을 지원해 IoT(사물인터넷)를 구현한다. 가령 블록체인에 인증된 사용자가 현관 앞에 도착하면 장착된 센서가 출입자를 인식하거나 보안 승인을 거쳐 자동으로 문을 여는 식이다.

블록체인 플랫폼에 연결된 전기, 수도, 가스 등을 사용하면 각 기기에서 발생한 데이터가 블록체인 플랫폼에 기록돼 사용량을 측정하고 가상통화로 요금을 자동 결제하는 일까지 가능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지난 5월 메인넷을 개설한 이후 채굴 과정에서 해킹을 당해 과다 채굴 논란이 벌어진데다 통상 공개하는 코드를 비공개해 신뢰도가 급락했다.

송학주 기자



유럽도 ICO 규제 고민…스위스만 명확한 지침


[ICO 손놓은 정부, 줄잇는 피해]<4>해외 ICO 규제 현황

네달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 2018' 현장 모습. / 사진=송학주 기자
네달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 2018' 현장 모습. / 사진=송학주 기자


“아직 확실한 법이 없는 아주 초기 단계인데다 정부에서조차 전문가라고 할 사람이 없어서 가상통화를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합니다. 규제가 독일, 스위스 등 나라별로 이뤄져서는 안 되고 유럽연합(EU) 내에서 통용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난달 29일 독일 베를린 현지에서 만난 플로리안 글라츠 독일 블록체인연방협회장에게 독일의 ICO(가상통화공개) 규제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이다. 독일은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 거래사이트를 허가한 곳이지만 여전히 가상통화나 블록체인 산업과 관련해 명확한 법적 기준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그는 “독일에는 많은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이 있고 현재까지 독일에서 진행된 ICO 규모만 20억유로(약 2조6000억원)에 달하지만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독일 기업도 스위스에 가서 ICO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독일 블록체인연방협회는 독일의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모여 만든 단체로 연방정부와 각 정당 인사들도 회원으로 참여시켜 블록체인과 가상통화 관련 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EU 역시 ICO와 관련해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EU의 증권감독기구인 ESMA(European Securities and Markets Authority)가 ICO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주의문을 발표한 것이 전부다. 이 주의문은 ICO가 기존 금융규제 영역을 벗어날 수 있는 매우 투기적인 투자인 만큼 기존의 투자자 보호 장치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할 뿐 규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지난달 25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만난 프란스 판에터 네덜란드블록체인연합(DBC) 사무국장 역시 “네덜란드 정부는 ICO에 대한 투자의 위험성이나 가상통화가 자금세탁 등에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정부가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금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럽 국가 대부분이 ICO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스위스는 연방금융감독기구인 FINMA(Financial Market Supervisory Authority)에서 지난해 9월 가상통화와 ICO 규제지침을 발표하고 올 2월 규제지침을 명확히 설명하는 해석지침을 추가로 내놨다.

스위스는 가상통화를 기능에 따라 △지급수단형(페이먼트 토큰) △서비스이용형(유틸리티 토큰) △자산형(애셋 토큰) 3가지로 분류해 자산형만 증권법으로 규제한다. 지급수단형은 재화나 서비스를 얻는 지불수단 또는 자금이나 가치의 이전수단으로 사용하고자 의도된 가상통화다. 서비스이용형은 블록체인 기반의 인프라를 통해 응용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가상통화다.

자산형은 채권 또는 지분 등과 같이 자산 또는 자산에 대한 권리를 표시하는 가상통화로 ‘증권’으로 취급돼 증권법의 규제를 받는다. 다만 이러한 분류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기 때문에 자산형이 지급수단형으로 사용될 수 있고 서비스이용형이 투자 목적을 지니게 되면 자산형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증권 규제가 해외보다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규제의 균형을 위해 ICO 규제도 마련된다면 해외보다 다소 강하게 가져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제적 논의를 참고로 적절한 수준의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 KPF 디플로마-블록체인 과정에 참여 후 작성됐습니다>

베를린(독일)ㆍ암스테르담(네덜란드)=송학주



"블록체인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ICO 손놓은 정부, 줄잇는 피해]<5>블록체인 선진국 에스토니아 탐방기

"Blockchain is not a silver bullet."(블록체인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보 로흐무스 가드타임 공공부문 부사장이 에스토니아의 블록체인과 가상통화(암호화폐) 시장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송학주 기자
이보 로흐무스 가드타임 공공부문 부사장이 에스토니아의 블록체인과 가상통화(암호화폐) 시장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송학주 기자


지난 3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만난 이보 로흐무스 가드타임 공공부문 부사장이 에스토니아의 블록체인과 가상통화(암호화폐) 시장 현황을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해 전자정부에 활용하고 있는 에스토니아의 개발자치고는 이례적인 말이다. 가드타임은 에스토니아 정부를 포함한 영국과 싱가포르 등 전세계 10여개 국가에 블록체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업체로,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오기 전인 2007년에 이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은 무변조성을 바탕으로 한 신뢰를 보장해주지만 모든 곳에 적용할 수 있는 묘약은 아니다"며 "블록체인만으로 모든 문제를 다 풀 수는 없고 다른 것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유럽의 핀란드 남측에 위치한 인구 130만의 소국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의 선두주자로 불린다. 외국인도 에스토니아 전자시민권(E-Residency)을 어렵지 않게 취득할 수 있고 전자시민권만 획득하면 저렴한 비용에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최소 자본금 2500유로(약 328만원)에 법인 설립 수수료 145유로(약 19만원)면 된다. 한국 기업들이 싱가포르와 함께 가장 선호하는 ICO 국가로 꼽는 이유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건강기록, 부동산등록, 전자투표 등 전반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명확한 ICO(가상통화공개) 관련 규정은 없다. 다만 에스토니아의 금융감독당국인 EFSA에서는 ICO가 투자자에게 권리를 부여하거나 또는 그 가치가 미래의 수익과 사업의 성공과 연결돼 있다면 이는 증권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위스에서 자산형 가상통화의 경우 증권으로 분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에스토니아는 EU에 속해 있어 EU 내의 금융규제가 그대로 적용된다. 최근 EU 내에서 가상통화에 대한 금융규제가 강화되면서 에스토니아 은행도 가상통화를 취급하는 업체들의 은행계좌 개설이나 이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기 시작했다.

로흐무스 부사장의 말처럼 블록체인 기술은 만능이 아니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블록체인 기술을 은행 간 자금이체에 활용할 수 있을지를 테스트했는데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자금 이체가 현행 방식보다 오히려 느린 것으로 나타난 것. 현행 방식으론 9시간이 걸렸는데 블록체인을 이용하자 11시간 33분이 걸렸다. 블록체인은 장부 기록을 여러 곳에 분산해서 저장했다가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다시 확인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같은 금융에서도 해외 송금은 블록체인 기술이 빠르지만 국내 거래에는 기존 중앙집중형 시스템이 유리하다"며 "무분별한 ICO 허용보다는 정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 KPF 디플로마-블록체인 과정에 참여 후 작성됐습니다>

탈린(에스토니아)=송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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