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설명회만 1만번"… 스웨덴 성공비결은 '투명성·소통'

스웨덴이 사용후핵연료 심지층 영구처분시설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1977년이다. 원자력발전규정법(Nuclear Power Stipulation Act)을 제정해 사용후핵연료를 ‘절대적으로 안전’(absolute safety)하게 처분할 처분시설을 마련할 근거를 마련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로 불리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미래세대에 떠넘기지 않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시작점이었다.

1985년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지질연구를 진행, 1990년 전국의 지질특성 분석 자료를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후보지 압축에 들어갔다. 하지만 영구처분시설 후보지로 거론됐던 지역의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난항을 겪었다. 한국의 ‘안면도 사태’ ‘부안 사태’와 같은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스웨덴은 과감하게 부지 선정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영구처분시설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부지 선정도 공모제로 전환했다. 2000년까지 영구처분시설 현실성 연구를 진행하며 유치 신청을 받은 결과 6개 지역이 신청했다. 스웨덴은 6개 지역을 대상으로 부지적합성평가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2002년 오스카르스함과 오사마르, 셰르프 3개 후보지를 선정했다. 하지만 셰르프 지역주민이 상세 부지적합성평가 과정에서 유지에 반대하면서 후보지는 오스카르스함과 오사마르로 압축됐다.

스웨덴 사용후핵연료·방사성폐기물전담관리기관인 SKB는 인구2만6000여명의 도시를 대상으로 주민간담회 등을 1만1000번 이상 진행했다. ‘지하수를 지금처럼 마실 수 있나’ ‘농작물 수확에 영향이 없나’ 등 아무리 소소한 질문이라도 정확히 응답했다. 관련 시설인 사용후핵연료 집중저장시설과 아스포 지하연구시설도 지역주민에 투명하게 개방했다.

두 도시 모두 주민투표 결과 영구처분시설 유치 찬성률이 모두 80% 이상 나왔다. 치열한 유치전 끝에 2009년 지질학적 특성이 더 우수한 오사마르(포스마크)가 최종부지로 확정됐다. 유치지원금 20억크로나(약 2557억원) 가운데 75%가 두 도시가 사전에 합의한 대로 유치에 실패한 오스카르스함에 지원됐다. 오사마르는 영구처분시설이 건설되면 일자리 창출, 지역지원 사업 등을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유치에 실패한 도시가 지원금을 더 받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스웨덴의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확정 절차는 33년간 서두르지 않고 투명하고 차분히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마그누스 홀름비스크 SKB 인터내셔날 대표는 “과학적인 조건도 중요하지만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없으면 원자력 시설이 입지할 수 없다”며 “투명성과 소통, 신뢰가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주민이 두려워하는 것은 관련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구해는 것이 해결을 위한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